[직썰 / 최소라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9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약 9조87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2020년 3월 이후 최대 월간 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증권가는 외국인의 ‘귀환’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과 기업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회의론도 적지 않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전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9조870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2020년 팬데믹 충격 당시인 3월(12조5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순매도 기간으로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007년 6월~2008년 4월)의 11개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대부분의 거래일에 걸쳐 지속됐다.
미 정부의 관세 유예 발표가 있었던 10일과 주요 기업 실적 발표가 있었던 25일을 제외하고는 연일 순매도를 이어갔다. 특히 미국의 무역관세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7일에는 하루 동안 2조1742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달 ▲3일(1조3937억원) ▲4일(1조7385억원) ▲9일(1조206억 원) 등 1조 원 이상 순매도한 날도 연이어 발생했다.
이러한 매도세에 따라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내 지분율도 하락했다. 지난해 7월 말 35.65%였던 외국인 보유 비중은 이달 24일 기준 31.52%로 떨어졌다.
외국인은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주를 중심으로 매도세를 집중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2조6772억원) ▲SK하이닉스(2조5069억원) ▲현대차(9767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475억원) ▲기아(2875억원) 순으로 매도 규모가 컸다. 반면 내수 비중이 크거나 방어적 성격이 강한 종목에 대해서는 매수세가 유입됐다.
대표적으로 ▲한국전력(2213억 원) ▲카카오(1675억 원) ▲LIG넥스원(780억 원) ▲HD한국조선해양(738억 원) ▲SK텔레콤(530억 원) 등이다.
외국인 이탈의 배경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있다.
증권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활 움직임,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 환율 상승 등으로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리스크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개월 연속 순매도는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의 위험성을 인식한 결과”라면서 “기업들의 수출 실적과 이익이 바닥을 지날 때까지 외국인의 복귀를 기대하긴 이르다”고 평가했다.
반면 외국인 귀환에 대한 기대도 살아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순매수 전환은 시간 문제”라며 “상사·조선·자본재 등 수주 기반 산업군에 대한 매수세가 포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정치 리스크 해소와 함께 환율 안정, 중국 경기 회복 등이 맞물리면 외국인 수급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외국인의 매도 강도는 다소 완화되는 흐름이다. 이달 초 1조원대를 기록하던 일일 순매도 규모는 최근 2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한편 금융당국은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해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뉴욕에서 MSCI 고위 관계자와 만나 관련 정책 노력을 설명하며 편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편입 여부는 오는 6월 결정된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시 최대 75조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 재개 등 저해 요인이 줄고 있는 만큼 MSCI 편입과 자본시장 강화 정책이 맞물리면 ‘코스피 3000’ 복귀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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