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지방공항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항공 수요가 점차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방공항은 여전히 구조적 한계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사고에 따른 안전 이슈까지 겹치면서 이용객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지방공항 다수는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노선은 제주도 등 단거리 위주로 치우쳐있고, 넓힌다던 중장거리 국제선은 제한적인 곳이 많다. 이로 인해 비즈니스 수요를 비롯한 다양한 이용객층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공항 관계자들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하며 전국적으로 항공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 특히 무안공항은 사고 직후 활주로 길이가 대형 항공기 착륙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이 지적되며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는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각에선 무안공항의 짧은 활주로가 사고를 키웠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약 2.8㎞로, 이는 인천국제공항(3.7㎞)과 김포국제공항(3.6㎞)보다 짧다.
이처럼 안전 인프라 확충이 미흡한 지방공항의 실태가 드러나면서,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지방공항 기피’ 현상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방공항의 이용객 수는 2019년 대비 100% 가까이 회복한 상황이었으나, 일시적 반등에 그치게 됐다. 한국공항공사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인천공항을 제외한 김포·김해·제주·청주·대구·무안 등 6개 국제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은 약 454만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분기 대비 85%까지 회복했으며, 하반기 2019년 하계시즌의 94% 회복을 이뤘다.
그러나 올해 항공 운항편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면서 올해 전체 여객수도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한 달간 에어포털 기준으로 항공 운항편수를 살펴본 결과, 일부 지방공항의 운항편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은 실제 국제·국내 노선 출발편수가 2024년 1만6852건에서 올해 1만7555편으로 늘어난 반면, 청주공항은 1195편에서 1095편으로, 양양은 5편에서 3편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방공항 부진 영향으로 인천국제공항은 점점 포화 상태에 들어서고 있다. 장거리, 중거리 노선 대부분이 인천에 집중되면서 출입국 대기 시간이 늘어나고, 교통 혼잡으로 인한 지연 및 안전 사고 위험성도 높아지는 상황. 정부는 이를 인식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질적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 후 저비용항공사(LCC)와 지방공항을 육성해 경쟁환경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천국제공항은 환승 확대와 노선 다변화로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지방공항은 전용 운수권 확대와 거점항공사 육성 등으로 균형발전을 지켜가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그간 항공회담을 통해 별도로 확보한 부산~자카르타, 청주~발리 등의 노선 외에도 향후 유럽·서남아 등 중장거리 노선의 지방공항 전용 운수권을 지속 확보하고, 지방공항에 배분하는 한편, 항공사들이 지방공항에서 다양한 노선을 운영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현재 지방공항 신규 취항 항공사는 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거나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노선별 착륙, 정류, 조명료를 감면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기존 지방공항들의 운영 효율화나 안전 투자 확대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상황이라는 반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방공항이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한 운수권 배분 등을 넘어, 국제 경쟁력을 갖춘 노선 개발과 항공사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