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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중국 베이징 등을 방문해 중국 공공외교 실무진과 민간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연이어 만났다. 노재헌 이사장은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한국국제문화교류원 방중 대표단과 함께 중국 베이징대학교를 찾아 ‘한중관계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노재헌 이사장의 베이징 대학교 방문은 지난 2023년 9월 이후 1년 7개월 여만이다. 노재헌 이사장의 선친은 1992년 한중수교를 만들어낸 주인공인 노태우 대통령이다. 그 때문에 한중 수교 33주년을 맞아 이뤄진 노재현 이사장의 중국 방문은 중국 정계와 민간 싱크탱크의 관심을 받았다. 노재현 이사장은 당시 세미나 발제에서 한중 간의 미래를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중국 제목인 고진감래(苦盡甘來·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의 의미에 빗대 참석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다음은 노재헌 이사장의 발제 주요 내용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팡팡 베이징대 부총장·싱하이밍 전 주한중국대사·오정 베이징대 언론정보대학 교수·리팅팅 베이징대 한국어학과 교수·왕단 베이징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원 방중 대표단으로는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홍용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통일부 장관)·송기출 한국국제문화교류원 원장·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고명진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장·양철승 한국청소년단체협회 사무총장·류원희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임윤묵 연세대 교수·임헌만 백석대 교수·이왕용 도예가 등이 참석했다. 이외에도 힘스(반도체 장비업체)·바이오스타(줄기세포 기업)·코탑(콘텐츠 제작) 등 기업 관계자도 함께했다.
이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베이징대 관계자 분들과 한국국제문화교류원 관계자분들 모두께 깊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2023년 9월 22일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소중한 강연 기회를 주셔서 ‘아시아미래주의, 세계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바 있습니다.
저희 선친이신 노태우 전 대한민국 대통령께서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송무백열(松茂柏悅)의 관계로 설명하셨습니다.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천안문 광장, 고궁, 만리장성 등을 방문하셨을 때에 대륙의 잠재력을 평가하셨고, 한국과 중국은 서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소중한 관계라 평가하셨습니다. 그 이후 닫혔던 양국의 문이 열리며 기하급수적으로 양국 교류는 확대되었고, 현재까지 양국의 교류 흐름에 기복은 존재하지만 다행히 긍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선친은 아시아의 가치인 유교를 기반으로 조화를 꿈꾸시며 북방정책이라는 성과를 맺었습니다. 저는 그 뜻을 이어받아 아시아미래주의, One-Asia Dream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 중국적인 것을 뛰어넘어 아시아의 가치를 토대로 동아시아 전반을 바라보자는 주장입니다.
요즘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 중에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苦盡柑來遇見’라는 제목입니다. ‘고진감래’ 끝에 ‘너를 만났다’를 덧붙였습니다. ‘고진감래’의 ‘감’을 ‘귤 감(柑)’자로 의역해 한국 제주도의 느낌을 살렸다고 하죠. 인간적이면서도 가족 간의 정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 간에 문화적으로도 통한다는 공식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생각합니다. 그 기저에는 물론 앞서 말씀 드린 유교 문화권이라는 특수성을 토대로 아시아만의 가치가 동아시아에서 공통 분모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 인류애적인 모습이 세계적인 환영을 받게 된다는 저의 주장과 그 맥락을 함께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중국이 동아시아 문화 흐름을 함께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중국에서도 존경을 받는 한국의 독립운동가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꿈은 항일에서 그치지 않고 더 원대한 동아시아 평화로 펼쳐져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중국의 뤼순감옥에서 사형집행 직전까지 이러한 거대한 꿈을 품고 ‘동양평화론’이라는 미완의 저서를 남겼습니다. 그는 일본의 폭력에 결연히 반대하면서도 한중일 삼국이 함께 조화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일제에 반대하되 일본까지 껴안으며 한중일 3국이 지금의 유럽연합과 같은 연합체로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루어가자는 매우 선진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꿈을 저서로 기록했습니다. 현재 뤼순 감옥 그 언저리에서 여전히 안중근 의사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의 장대한 꿈마저 우리가 묻어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답해야 할 시간입니다. 우리는 중국에서 시작한 유교문화권을 각 국가와 지역에 맞게 발전시키고 교류하며 동아시아 문화 DNA로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꿈꿔왔던 동양평화론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한국과 중국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감내하며 ‘고진감래’를 꿈꿀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해답은 한중 양국의 문화교류, 민간교류, 청년교류에 있을 것입니다.
2023년 6월에 중국 청두 외국인고문으로서 푸바오를 보았습니다. 한중관계에 어색함이 있던 시기에 한국의 에버랜드에서 판다 푸바오의 탄생은 메말랐던 한중 관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유튜브를 통해 전해졌던 푸바오의 생활은 한국의 네티즌들뿐 아니라 중국의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을 자아냈습니다.
중국의 부모로부터 한국에서 태어나 다시 중국에서 성장하는 푸바오를 바라보면서, 한중 양국 민중들의 미소에서 우리가 꿈꾸는 융합의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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