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말 등에 의해 일상에서 전파되지 않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이하 HIV) 감염을 이유로 수술을 거부한 병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차별에 해당한다며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28일 HIV 감염을 이유로 수술을 거부당한 두 건의 진정사건에 대해 피진정기관 소속 의료인 직원을 대상으로 HIV 감염인 진료를 위한 직무교육을 실시,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진정인 A 씨는 지난해 7월, 경추 및 흉추 협착증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당 의료기관에서 HIV 감염을 이유로 수술을 거부당했다. 기관 측은 A씨 상태가 수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고 HIV 전문 의료진이 없어 환자의 안전을 고려해 다른 병원 진료를 권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경과기록지에서 수술 관련 내용이 기재돼 있고 의료진이 A씨와 수술 방법, 일정을 상담한 뒤 수술을 예약한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수술이 불필요하다는 의료적 판단이나 논의는 발견되지 않아 의료기관의 수술 거부가 HIV 감염 사실을 이유로 한 ‘차별적 행위’로 판단했다.
특히 질병관리청의 ‘2024년 HIV/AIDS 관리지침’ 등에 따르면 HIV 감염인을 진료하거나 수술 시에도 일반 환자와 동일하게 표준주의 지침을 적용하면 충분하며 별도의 장비나 시설이 요구되지 않는다.
인권위 관계자는 “HIV 감염을 이유로 의료서비스 이용을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금지하고 있는 병력(病歷)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번 결정이 향후 유사한 사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의료 현장에서의 인권 감수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HIV는 인간의 몸 안에 살면서 면역기능을 파괴하며 감염 후 질병이 진행돼 면역체계가 손상되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로 진행될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HIV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항바이러스제가 개발(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AIDS로의 진행 예방은 물론 HIV감염인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HIV감염인에 대한 사회적인식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여전히 많은 환자가 사회적낙인과 편견으로 인해 검사·치료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HIV는 비말 등에 의해 일상에서 전파되지 않는다. 꾸준히 치료하고 있는 HIV 감염인은 혈중바이러스수치가 검출되지 않을 만큼 바이러스 활성도가 낮아져 성관계 시 콘돔을 안 써도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는다.
또 최근 사용되고 있는 약제는 하루 한번 복용하며 약제 부작용도 드물고 내성장벽도 높아져서 한가지 약제로 4~5년 이상 꾸준히 복용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는 “HIV 감염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복합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로 최근에는 하루 한 알만 먹어도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만큼 복용 편의성이 증가했다”며 “낙인과 차별은 HIV감염 극복의 중요한 걸림돌로 사회적편견이 해소돼야 많은 HIV감염인이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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