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한화오션 주식 일부 매각을 추진한다. 지난 2000년 출자 전환으로 한화오션 전신인 대우중공업 지분을 확보한지 25년 만이다. 산은은 2조원이 넘는 매각 차익을 확보하고,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높여 자산 건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전날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한화오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수요예측에 들어갔다. 산은 관계자는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것이 아니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산은은 25년 전인 2000년 출자전환을 통해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중공업 지분을 확보했다. 현재 한화오션 지분 19.5%(5973만8211주)를 보유 중이다. 한화오션의 최대주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 한화그룹으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한화그룹의 지분율은 46.28%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산은의 한화오션 지분 매각 수량을 1300만주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정확한 수량은 수요예측 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수요예측을 통해 보유 중인 한화오션 지분을 3~5% 단위로 쪼개서 복수 매각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산은의 지분 매각은 조선업 호황에 한화오션 주가가 오르자 차익 실현을 위한 이유가 크다는 분석이다. 한화오션 주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전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3만7350원에서 전날 8만9300원으로 올 들어서만 2배 이상 올랐다.
트럼프 당선 직후와 비교하면 3배 이상 급등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조선업과의 협력을 언급하고 있는데다, 미·중 마찰에 선주사들은 중국 대신 한국 조선사에 발주할 가능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보유해 선박 유지·수리·보수(MRO)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
이에 따른 시세 차익은 2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한화오션 주가는 3만7350원으로 당시 시장가치는 2조2000원이었다. 최근 8만원에 거래된다는 점에 비춰 현재 지분가치는 4조8000억원이다. 올 들어 시총 증가분만 2조5000억원으로 계산된다.
다만 지분을 쪼개서 매각에 나서는 만큼 정확한 시세차익 금액 산정은 어렵다. 특히 한화그룹의 경우 지분율이 50%에 육박하는 만큼 추가 지분 확보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산은의 지분 매각 소식에 이날 한화오션 주가는 장초반 10% 넘게 떨어진 상황이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최대주주 및 산은, 국민연금 등 지분을 제외하면 실질 유통물량이 26.8%수준으로 산은의 지분 매각은 유통물량을 늘려주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면서도 "당분간 19.5%라는 오버행의 부담이 주가를 짓누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산은의 자산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산은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3.9%로 국내 은행 중 낮은 편이다. BIS비율은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해 가중치가 높아 보유 주식 처분 시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
산은 관계자는 "2023년 5월에 한화그룹으로 경영권이 이양되고 실적 개선 등 경영 정상화 구조조정 목적이 달성됐다"면서 "당시 보유지분을 적절한 시기에 매각하기로 했는데, 최근 업황도 좋아졌고, 구조조정 목적도 달성되면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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