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를 동시에 겨누기 시작했다.
서울고검은 지난해 무혐의 처분된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 재개를 결정했으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공천개입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통일교로부터 건진법사를 통해 6천만원 상당의 다이아목걸이를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또,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수사도 향후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약 한달 남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 국민의힘에게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고검,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기수사 결정
박은정 “검찰, 살아남기 위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수사할 것”
서울고검은 지난 25일 김건희 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고 사건에 대해 재기수사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수사는 사건을 처분했던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서울고검 형사부(부장검사 차순길)가 직접 맡는다. 고검이 직접 지검 사건을 재수사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기준 100건 중 7건(6.9%)이 안 될 정도다.
이는 서울중앙지검이 앞서 김 씨를 조사하고 무혐의 처분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던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헌재도 검사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에도 증거 수집을 위해 적절히 지휘·감독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약 3년간 통정매매 등의 방법을 통해 임의로 주가를 부양시키려 했던 사건이다.
김 씨는 권 전 회장과 공모해 증권계좌 6개를 위탁하거나 요청을 받고 매매해 ‘전주’(錢主)로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 권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다른 전주 손 모 씨는 대법원에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이미 다른 관련자들이 유죄를 받은 상황에서 고검이 재수사에 나서는 만큼 김 씨가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28일 MBC라디오에서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이미 너무나 문제가 많았고 증거가 많이 나와 있다”며 “(김 씨가) 소환에 응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강제 수사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검찰 내부는 한쪽이 윤석열을 위한 마지막 칼부림, 다른 한쪽은 공정한 수사 등 양쪽이 분파돼 서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검찰이 다음 정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사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檢, 명태균·김영선 대질조사…김건희 소환 임박
명태균 “김건희, 김상민 챙겨달라 했지만 내가 안된다고 해”
서울중앙지검은 ‘명태균 게이트’라 불리는 공천개입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 대선 당시 명태균씨로부터 총 81차례 여론조사를 제공 받은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의창에 공천을 받도록 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022년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같은 해 치러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 공천에 개입한 정황도 확인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창원 의창 선거구 예비후보로 나섰던 김상민 전 검사,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각각 국민의힘 평택시장·포항시장 예비후보로 나온 공재광 전 평택시장·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오늘(29일) 명 씨와 김 전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대질 조사한다.
이날 검찰에 출석한 명 씨는 “(김 여사가) 조국 수사 때 김상민 검사가 고생을 많이 했다. 그 사람 챙겨주라고 얘기했지만 내가 안 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조사가 마무리 되면 다음은 김건희 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은 지난 2월 김 씨 측에 조사 필요성을 전달했고, 김 씨 측도 지난 21일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고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7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디올백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김 씨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했다가 특혜·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28일 MBC에 따르면 김씨 측은 검찰에 서면 조사를 요청했으나 검찰은 “조사할 양이 많고 물어볼 것도 많아 서면조사는 적절하지 않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씨가 동의한다면 당장 이번 주라도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건진법사 일가 출국금지…6천만원 다이아 목걸이 등 ‘김건희’ 전달 여부 수사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단(단장 박건욱)의 건진법사 전성배씨 수사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전씨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로부터 고문료 등 명목으로 금품을 받고 윤 전 대통령 부부 또는 여권 고위 인사와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전 씨가 윤 씨로부터 ‘김 여사 선물’이라며 받은 명품가방과 6천만 원대 다이아몬드 목걸이의 행방을 살펴보고 있다.
선물이 전달된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방과 목걸이 등은 각각 다른 시점에 윤 씨로부터 전 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과거 김 씨가 운영하던 전시 기획 업체 ‘코바나컨텐츠’에서 고문을 맡은 바 있으며, 이른바 ‘법사폰’을 통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전씨가 김 씨의 모친인 최은순씨와 10차례 통화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전씨 부부와 딸, 처남 등 전씨 일가의 출국을 금지한 후 차례로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명품백과 목걸이 등을 김 씨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도 언제든지 김건희를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3일 삼부토건 전·현직 실질사주 및 대표이사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해당 의혹은 삼부토건 관계자들이 지난 2023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이고 주가를 부양시킨 후 보유주식을 매도해 수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의 발단으로 알려진 해병대 예비역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멋쟁해병’에서 거론되며 이슈가 됐다.
채팅방의 일원이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삼부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삼부토건 주가조작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힘, 尹과 결별 시도...김상욱 “尹 제명해야”
이처럼 김건희씨를 향한 검찰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자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을 임하는 우리 당의 시작은 대통령에 대한 제명이어야 한다. 또한 진심과 행동이 함께하는 당의 진정한 대국민 사과여야 한다”며 “대통령 제명과 진정어린 행동과 함께하는 대국민 사과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우리 당이 대선에서 어떠한 성과도 거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연구원의 윤희숙 원장도 지난 24일 “국민의힘의 행태는 국민께 머리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며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다.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친윤석열계를 향해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권성동 원내대표도 지난 25일 “전반적으로 취지에 대체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늘(29일) 대선후보 2강을 추리게 된다. 이러한 흐름이 대선 후보 선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 “檢 민낯 드러난 도이치모터스 재수사…내란·김건희특검 관철”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으므로 특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26일 서면브리핑에서 “권력의 방패를 자처해온 검찰이 이제 와서 수사 시늉이라니, 문재인 전 대통령 억지 기소에 대한 비판과 들끓는 특검 여론을 잠재우려는 연막 작전이 아닐 수 없다”며 그는 “검찰은 뒤늦은 머리 자르기로 국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이어 “특검을 통해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둘러싼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민주당은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신뢰를 잃은 검찰에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와서 검찰이 보이는 이런 움직임을 믿고 맡기려는 국민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무혐의, 명품 가방 수수 무혐의, 이런 것처럼 검찰이 내놓은 수사 결과는 참담하기 그지없었다”면서 “김건희 관련 의혹은 특검을 통해 엄정 처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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