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서원 작가] 동시에 현대 전시에서는 비가시적인 사회 문제, 소수자 담론, 탈식민주의적 관점이 적극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전시가 단순히 미적 감상의 장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현실에 개입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작품과 전시는 더 이상 분리되지 않고 전시가 작품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거나 심화시키는 적극적 매체가 된다. 이러한 경향은 전시 기획자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전시 자체를 하나의 창작 행위로 간주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오늘날 온라인 전시, 가상 박람회 등의 등장은 전시의 공간성과 물질성을 다시 문제 삼고 있다. 물리적 공간에 기반한 감상의 구조는 디지털 네트워크 위로 확장되었고, 이는 감상의 방식뿐 아니라 전시 설계 자체를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 미술관, VR 전시, NFT 기반 디지털 갤러리 등이 등장하면서 관람자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은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배열하고, 추천 알고리즘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관람자의 시선을 조직한다. 따라서 전시는 여전히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둘러싼 훈련과 설계의 장이다.
결국 전시는 보는 방식을 규정하고, 문화적 가치 체계를 구성하며,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는 실천이다. 조선시대의 사적인 감상 구조에서 출발하여 박람회와 박물관을 거쳐 현대미술관과 디지털 전시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보는 법을 훈련받아 왔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보고, 무엇을 덜 중요하게 보는지에 대한 기준 역시 시대와 권력에 따라 달라져 왔다.
우리가 하나의 전시를 마주할 때, 그것이 어떤 사물이나 예술품을 보여주는가를 넘어 그것이 어떤 세계관과 가치판단을 전제하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무엇이 강조되고, 무엇이 생략되었는지, 그리고 그 배열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도록 길들여지고 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전시를 비판적으로 감각하는 일은 단순히 미술을 감상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시대를 읽는 시선을 기르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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