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는 4월 끝자락, 집안 가득 퍼지는 밥 냄새만큼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도 드물다. 특히 쌀밥에 구수한 반찬 하나 곁들이는 일은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한 시기에는 밥상에도 변화를 주고 싶어진다. 이때 무를 활용한 밥짓기가 떠오른다.
백미를 부드럽게 먹는 똑똑한 방법
흔히 백미는 혈당이 빠르게 오를 수 있어 꺼려진다. 하지만 무를 함께 넣어 지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는 탄수화물 소화를 부드럽게 도와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세종대왕이 편찬한 의서 '향약집성방'에도 무가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 도움이 된다고 기록돼 있다.
밥 지을 때 백미 두 컵 기준으로 주먹 크기 무 하나를 채 썬다. 평소보다 밥물은 조금 줄여야 한다. 무에서 수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밥이 완성되면 뚜껑을 여는 순간 부드럽게 퍼지는 김이 일품이다. 주걱으로 살살 섞으면 무는 거의 녹아들 듯 밥알에 스며든다. 식감도 부드러워 먹기 좋다.
흔히 부드러운 밥은 혈당 관리에 좋지 않을 것 같지만, 무와 함께 지으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수제비를 만들 때도 물 대신 간 무를 사용하는 방법이 전해진다. 실제로 무로 반죽한 수제비는 쫄깃한 식감을 그대로 유지한다.
도라지까지 넣으면 밥상이 달라진다
무에 도라지를 더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도라지에 풍부한 사포닌 성분은 기관지를 촉촉하게 해준다. 중장년층 이후에는 기관지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3위가 폐렴일 정도로 기관지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혈당 관리가 필요한 이들은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무와 도라지를 함께 넣은 밥은 밥상 위에서 면역을 챙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잡곡밥을 지을 때도 무와 도라지를 함께 넣으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어우러진 무도라지밥에 따뜻한 국 한 그릇을 곁들이면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된다.
단백질까지 더하면 든든한 한 끼
단백질을 함께 챙기면 밥상의 균형이 맞춰진다. 단백질은 하루 섭취량을 기준으로 달걀 12개 분량 정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하루에 달걀 12개를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신 달걀, 우유, 두유를 조합해 나누어 섭취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 끼에 달걀 하나, 콩 반찬, 생선이나 고기 손바닥 반만큼을 챙기고, 우유나 두유를 간식으로 보충하는 식이다. 매 끼니에 단백질 네 가지를 챙기면 충분하다. 무와 도라지를 넣은 밥 한 공기에 계란찜이나 생선구이 한 점을 곁들이면 균형 잡힌 한 끼가 된다.
요즘처럼 하루하루 바쁘게 흘러가는 날에는 밥 한 끼도 대충 때우기 쉽다. 하지만 주먹만 한 무 하나, 마른 도라지 한 줌, 달걀 한 개만 있어도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늘 저녁엔 따뜻한 밥 냄새에 기대어 무와 도라지, 단백질을 채운 한 끼를 준비해 보는 것도 좋겠다.
도라지 무밥 레시피
■ 요리 재료
1인분: 백미 1컵, 무 1/2개(주먹 크기), 마른 도라지 15g, 소금 1/4작은술, 물 3/4컵, 참기름 1/2큰술
2~3인분: 백미 2컵, 무 1개(주먹 크기), 마른 도라지 30g, 소금 1/2작은술, 물 1컵 반, 참기름 1큰술
4인분: 백미 3컵, 무 1개 반(큰 주먹 크기), 마른 도라지 45g, 소금 3/4작은술, 물 2컵, 참기름 1큰술 반
■ 만드는 순서
1. 백미는 정량대로 깨끗이 씻어 30분 이상 불린다.
2. 무는 껍질을 벗기고 가늘게 채 썬다.
3. 마른 도라지는 미지근한 물에 30분간 불린 뒤 흐르는 물에 헹궈 쓴맛을 뺀다.
4. 불린 도라지는 끓는 물에 소금을 기준량 넣고 1분간 데친 후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다.
5. 밥솥에 불린 백미를 담고 물은 레시피 기준대로 붓는다.
6. 채 썬 무, 데친 도라지를 고루 올린다.
7. 참기름을 골고루 뿌린다.
8. 일반 취사 모드로 밥을 짓는다.
9. 완성되면 주걱으로 살살 섞어 무와 도라지가 밥알에 잘 스며들게 한다.
■ 오늘의 레시피 팁
무는 최대한 가늘고 길게 썰어야 밥알에 자연스럽게 섞인다. 도라지는 데친 후 찬물에 헹구는 과정을 꼭 거쳐야 쓴맛이 남지 않는다. 참기름은 취사 전 넣어야 밥 짓는 동안 은은한 고소함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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