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점주들이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을 연이어 제기하고 있다. 차액가맹금은 프랜차이즈 본부가 가맹점주들에게 필수 품목을 제공하며 도매가를 초과하는 마진을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 본사의 차액가맹금 수취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는 가맹점주가 늘어나며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맹점주가 본부에 차액가맹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bhc치킨, BBQ, 교촌치킨 등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업체인 치킨업계는 물론 배스킨라빈스, 투썸플레이스, 롯데슈퍼·롯데프레시 등의 점주들도 연이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법원이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취해온 차액가맹금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이같은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법원은 한국피자헛이 수취한 210억원의 차액가맹금을 점주들에게 반환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는 통상적으로 원재료, 포장지, 그 외 부대시설 비용을 기존 도매가보다 높은 금액에 제공하며 차액을 남겨왔다. 이를 이른바 차액가맹금이라고 부른다. 해외에서는 통상적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본부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을 활용하지만 국내에서는 차액가맹금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프랜차이즈 본부는 가맹점주 유치를 위해 초기 비용을 낮추고 이후 원부자재 유통 마진을 통해 발생하는 차액가맹금으로 수익을 보완하는 구조를 취해왔다. 또한 본사 입장에서 상품의 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단가 마진을 낮춰 점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같은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김종백 팀장은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며 “가맹점주 모집을 위해 초기 투자 비용을 낮추고, 이후 차액가맹금 형식으로 이를 보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와 달리 국내는 본사가 물류 유통에 이점이 있어 이같은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점주의 편의성을 돕기 위한 일종의 대행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도 “점주들의 원활한 매장 운영을 돕고 단가 마진을 낮추기 위해 현행 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브랜드 품질 유지를 위해 필수 품목을 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사전 합의 없이 차액가맹금을 거두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 관련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달 가맹본부에 차액가맹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처갓집양념치킨 가맹점주와 프랜차이즈 두찜 가맹점주들은 소장에서 “가맹계약서 어디에도 차액가맹금에 관한 합의 내용은 찾을 수 없다”며 “원고들과 피고들이 차액가맹금에 대해 합의한 적이 없는 이상, 피고들이 원고들로부터 지급받아 온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필수 품목과 관련된 공급가 산정 방식을 명시하게 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제도 개선 이전 계약서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필수 구매 품목에 대해 과도하게 높은 금액을 책정하고 있다는 점, 불필요한 필수 품목 지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본사가 원재료 구매 비용과 마진 구조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프랜차이즈 본부에서는 정보공개서를 통해 평균 구매 비용만을 공개하고 있다. 아울러 품목이나 납품가가 변경될 경우 이를 고지받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종열 자문위원장은 “본부가 물류 유통을 통해 가져가는 마진의 비중이 높고, 지금까지 묵시적인 계약을 통해 이같은 관행이 지속돼 왔다”며 “중간에 필수 품목이 변경될 경우 점주들에게 이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 프랜차이즈 점주는 “강제적으로 고가의 필수 품목을 지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로열티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로열티 지급 방식은 가맹점주 매출의 일정 비율을 본사에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차액가맹금 구조가 업계 관행처럼 굳어졌을 뿐만 아니라 본사와 점주 간의 신뢰 문제로 인해 실질적으로 시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자문위원장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이 유통 마진의 투명한 공개다. 또한 과도한 필수 품목 설정 금지를 제도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본부가 가맹점에 원부자재를 공급하고 유통 마진을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같은 방식은 산업 발전에 한계가 있다. 본사 차원에서 브랜드의 무형적 가치를 확산시켜 효율성을 내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가맹점주의 매출이나 수익에 따라 본사가 이익을 얻는 구조로 바뀌어야 본사와 가맹점주가 함께 성장하는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김 팀장은 “업계에서도 로열티 지급이 가맹점주와 상생할 수 있는 경영 방식이라 생각한다. 본사 입장에서도 점주 매출이 오를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구조”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지금의 관행이 뿌리 깊게 박혀서 쉽게 바뀌기 쉽지 않을뿐더러 점주와 본부 간의 신뢰성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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