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누군가의 하루가 시작되거나 마무리되는 길목, 차가운 도시의 한복판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걷고 또 걷는다. 그 길 위에, 그림이 말을 건다.
이번에 참여하게 된 ‘반포대로 분전함 갤러리’는 그런 경험을 가능케 하는 소중한 전시다. 예술의 전당에서 성모병원까지 이어지는 서초구 반포대로에는 총 19개의 분전함이 있다. 보통은 스쳐 지나가는 회색 철제 구조물일 뿐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그것이 하나의 ‘예술 캔버스’가 되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청년작가들의 작품이 거리 곳곳에 스며들며, 도시는 조금 더 유쾌하고 따뜻한 표정을 갖게 되었다.
이 전시에 선정되기 위해 작가들은 작품 이미지와 캡션을 준비해 제출했고, 최종 선정은 대중들의 온라인 투표로 이루어졌다. 많은 분들의 응원과 지지 덕분에 나도 참여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한 점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내 작품 속 캐릭터인 ‘몽다(夢다)’는 사람들의 마음에 행복과 여유, 그리고 꿈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탄생했다. 거리에서 우연히 내 그림을 마주한 누군가가 잠시라도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작가로서 충분히 보람을 느낀다.
예술은 꼭 갤러리 안에서만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걷는 길 위에도,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옆에도, 햇살이 스며드는 골목에도 예술은 있을 수 있다. ‘반포대로 분전함 갤러리’는 그 가능성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예술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따뜻한 다리라고 믿는다. 그림을 통해 낯선 이의 하루에 작은 쉼표를 건넬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오는 6월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가 더 많은 시민들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그리고 이 거리에서 예술이 더 많이, 더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머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작품은 반포대로(예술의전당~서울성모병원) 거리 분전함에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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