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글로벌 바이오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합성생물학 지원에 박차를 가하며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28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합성생물학의 데이터 기반 글로벌 연구 동향과 국가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합성생물학 관련 용어와 논문은 연평균증가율 32%를 기록했다. 합성생물학은 인공적으로 생명체 구성요소나 생명시스템을 설계·제작·합성하는 분야다.
그러나 학계와 업계에서는 글로벌 바이오 패권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위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0년 이후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발표된 논문 수의 국가별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이 25%로 1위고 중국이 16%로 2위일 때, 우리나라는 2%로 13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국가 현황을 지난 10여년간 추세로 살펴보면 중국은 이미 성장세로 미국을 앞선 상태다. 미국이 연평균증가율 7.7%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루고 있을 때 중국은 연평균증가율 24.4%로 고속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다소 높은 9.7%의 연평균증가율을 띤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산·학·연·정 공조 기반의 바이오 제조혁신 인프라인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이 최우선과제라고 지목한다. 균주개발, 세포개량, 대사 최적화 등 우리의 기술역량을 살려 합성생물학의 응용·개발 기술역량을 집중적으로 확대·고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바이오파운드리란 디지털·인공지능(AI)·로봇 등을 비롯한 정보통신(ICT) 기술과 융합해 합성생물학의 연구과정인 ‘DBTL(설계-제작-시험-학습·Desing-Build-Test-Learning)’을 표준화·자동화·고속화함으로써 생물학 실험과 제조공정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 시설을 의미한다.
국제공동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미국, 영국, 일본 등 기술선도국들이 국제공동연구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으며, 특히 질적 우수논문군에서 그 비중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성생물학 같은 신흥기술은 국제 협력이 더 중요하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바이오 안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수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바이오 안보 위협에 대비한 관련 연구자 육성, 초국가적 협력 구축, 바이오 테러 대응 절차의 매뉴얼화 및 외부 위협 대비 거버넌스 구축 등이 언급된다.
이 같이 합성생물학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건 합성생물학의 ‘확장성’ 때문이다. 2022년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발표된 ‘국가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에서는 10년 내에 석유화학 등 기존 제조 산업의 3분의 1 이상을 합성생물학 기술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 산업, 식품·농업, 환경 등 여러 응용 분야가 나타나며 연평균성장률 2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도 시장전망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합성생물학 시장 규모가 내년 288억달러(약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합성생물학이 미래 바이오 경제를 이끌어갈 신흥기술로 주목받으며 기술패권경쟁의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이미 주요국들이 국가차원 전략기술로 채택하고 기술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자 선제적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선전과학기술원(SIAT)에 합성생물학 연구소를 설립하고 주요 과학기술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톈진에는 국가합성생명공학혁신연구센터를 포함한 두 개의 연구기관이, 상하이에는 합성생물학 핵심연구소·과학연합이 설립하는 등 인프라 확장에 적극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희소식도 전해졌다. 지난 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합성생물학 육성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제정안에는 합성생물학 연구개발 기반을 조성해 과학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KISTI 관계자는 “합성생물학은 바이오 연구의 고속화, 대량화, 저비용화를 가능케 하는 미래 총아로서 무엇보다도 선제적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며 “합성생물학 기술역량을 집중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 산·학·연·정이 함께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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