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우승으로 화려하게 ‘라스트 댄스’
배구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김연경(흥국생명)이 2024~25 프로배구 통합 우승으로 선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통합 우승을 꼭 달성하며 끝내고 싶다고 투혼을 불살랐던 그는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엔딩을 장식했다.
챔피언결정전 최종전 34점으로 맹활약
김연경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V리그 역대 최초로 각 팀 홈구장을 돌면서 ‘은퇴 투어’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4월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최종 5차전에서 블로킹 7개 포함 34점을 쓸어담는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올랐던 흥국생명은 2018-19시즌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5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연경의 공식 고별 경기였던 이날 경기 입장권 6,082장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관중석은 흥국생명 유니폼과 응원 도구를 든 팬으로 거대한 핑크빛 물결을 이뤘다. 김연경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일부 팬은 떠나는 김연경의 이름을 부르다 울먹이기도 했다.
경기는 명승부였다. 2승 후 2패를 당한 흥국생명과 2패 후 2승으로 기사회생한 정관장은 마지막 5차전에 남은 힘을 모두 쏟아부었다. 1~3세트가 모두 듀스로 이어졌고, 4세트도 2점 차로 끝났다. 김연경과 정관장 주포 메가왓티 파티위의 득점 공방전도 팽팽했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시소게임이 이어졌고, 14-13으로 앞선 흥국생명의 마지막 퀵오픈 공격이 정관장 코트 한가운데 떨어졌다. 관중석은 함성과 눈물로 뒤덮였고, 김연경은 동료들을 얼싸안으며 마음껏 환호했다.
시즌이 끝난 후 열린 시상식에서도 김연경은 2024~2025시즌 V-리그 여자부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며 개인 통산 7번째 MVP에 등극했다. 2005~2006시즌 당시 신인상과 정규리그 MVP를 동시에 석권했던 김연경은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도 최고의 자리에서 마무리했다. 그는 “너무 내가 원했던 엔딩이어서 행복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포스트 김연경’ 발굴이 배구계 과제
김연경은 자신이 없는 한국 배구를 향해서도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다시 나오지 않을 선수’라는 평가에 대해 “저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답한 그는 “저 같은 선수가 앞으로도 나왔으면 좋겠지만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아시다시피 한국 배구의 유소년 풀이 너무 작고 시스템도 부족한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장 다음 시즌부터 자신이 없는 코트를 향한 우려도 전했다. 올 시즌 김연경은 V-리그 흥행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여자부 시청률 1~5위 모두 김연경의 소속팀 흥국생명이 치른 경기일 정도였다. 특히 ‘선수 김연경’의 마지막 경기였던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은 남녀부 통틀어 최다 관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을 세웠다.
여자배구는 이제 김연경 이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김연경은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은퇴까지 20년간 여자배구의 중심축이었다. 2012 런던올림픽 4강, 2020 도쿄올림픽 4강 등의 빛나는 성과를 냈던 여자배구가 김연경의 국가대표 은퇴 뒤 성적이 급전직하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가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30연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내기도 했다. 남자배구를 뛰어넘는 지금의 인기를 누리게 된 이유가 국제대회 성적에 기반을 둔 것이었기에 ‘포스트 김연경’에 대한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절대적 리더십을 발휘했던 김연경 다음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연경의 은퇴는 한국 배구에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제2의 김연경’ 발굴과 내실을 강화하기 위해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은 물론 프로 구단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연경이라는 ‘슈퍼스타’로 인기 스포츠 반열에 오른 여자배구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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