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국내 수소전기차 누적 보급대수가 3월 말 기준 3만9216대로 4만대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올해 승용 수소전기차 신모델 출시와 함께 1만3000대 분의 정부 구매보조금이 확정된 점을 고려하면 5만대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소전기차는 지난 2018년 승용 수소전기차인 ‘넥쏘’가 출시되면서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2년 만인 2020년에 누적 보급대수 1만대를 넘어섰다.
이후 2만대를 돌파하는 데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으며, 2023년에는 3만대에 도달하는 등 수소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속도에는 수소전기차 전용모델로 개발된 ‘넥쏘’의 영향이 컸다. 특히 올해는 넥쏘 후속 모델인 ‘디 올 뉴 넥쏘’ 출시와 함께 환경부가 승용차 1.1만대, 수소버스 2000대에 대해 7218억원의 구매 보조금을 확정함에 따라 수소전기차 보급은 5만대를 넘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수소전기차 5만대 시대에 걸맞은 국가 및 지자체 차원의 관리와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수의 수소산업 전문가들과 수소전기차 이용자들은 도심지역 충전소 확충을 통한 충전 편의성 향상과 함께 수소전기차의 경제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수소 공급망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국가차원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에 보급된 수소전기차를 차종별로 살펴보면, 넥쏘 등 승용 수소전기차가 3만7227대, 수소전기버스가 1939대, 수소전기트럭 50대로 구성돼 있다.
국내 수소전기차의 94.9%가 승용모델이며, 승용수소전기차의 대부분은 지난 2018년에 출시한 현대차 넥쏘임. 특히 올해 상반기 넥쏘의 후속모델인 ‘디 올 뉴 넥쏘’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일반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승용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승용모델 외에 버스도 수소전기차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어 장거리 운행면에서 강점이 크기 때문에 도시 간 광역버스, 시내버스, 기업 통근버스, 관광버스 등으로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인천, 전북, 충남, 울산 등 주요 광역자치단체와 수소전기버스 보급 확대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등 공공시장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 정부가 수소전기버스 2000대에 구매 보조금을 지급키로 함에 따라 계획대로 2천대 보급이 완료되면 올해 국내 친환경 버스 시장은 수소전기버스와 전기버스가 양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에는 환경부, 원더모빌리티, 효성하이드로젠, 삼성물산 (에버랜드)과 수소전기 통근버스 도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수소전기버스 생태계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어 보급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글로벌 차원에서도 수소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올해부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소차전기차에 대한 통계를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 IEA 보고서에서 수소전기차는 배터리전기차(BEV)로 분류돼, 수소전기차만의 판매대수 파악이 어려웠으나, 올 11월 발표되는 ‘2025 월드 에너지 아웃룩(World Energy Outlook)’부터는 수소전기차 통계가 분리돼 게시될 예정이다.
전국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4월 말 기준으로 총 218개소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38개소로 가장 많았으며, 경남 23개소, 충북 22개소 순이다.
수소전기차가 5만대를 넘어 대중화 초입단계까지 진입하려면 이용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내연기관 차량처럼 원활하게 수소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도심 충전소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설치에 제약이 적은 ‘고압 이동형 수소충전소’ 개발을 완료함에 따라 도심 수소충전소 확충에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충전사업자의 도심 내 부지확보와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 등의 지원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도심 수소충전소 확충과 함께 수소공급망 관리도 수소전기차 5만대시대 도래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전기차 보급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수소 생산·수입에서부터 수송, 유통에 이르기까지 수소 공급망 안정화가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수소도 전기, 도시가스와 같이 국가차원 에너지 통합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 국내 수소 유통망 관리는 산업부와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가스공사 등 여러 부처와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으나 수소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목적으로 공급망 전체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전담 기관은 없는 상황이다.
가스와 전력의 경우 국제 에너지 시세가 폭등하더라도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이 요금 조정 및 수입선 다변화 등의 시장 개입을 통해 국내 공급 가격 안정화에 나서지만, 수소에너지의 경우 공급과 유통과정에 민간 비중이 높고 정책 개입 수단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외부 충격 시 공급 불안정성과 수소 유통단가가 큰 폭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존재한다.
수소에너지 공급망이 안정되지 않으면 국내외 수소 수급환경에 따라 수소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수소 가격은 요동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소전기차 보급은 물론 수소경제 확산에 상당한 장애가 될 수 있다.
수소 시장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은 수소를 중요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지정하고, 수소를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국가차원의 전담 기관이 있다.
일본은 일찍이 경제산업성 산하 자원에너지청에서 수소 정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며, 2017년 세계최초로 수소기본전략을 수립한 후 현재까지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각종 정책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부(DOE)에서 수소를 관련 정책 수립 및 연구개발, 민관 협력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 2023년 6월 청정수소 생산 및 사용 가속화를 위해 ‘국가 청정수소 전략 및 로드맵’을 공개한데 이어 10월에는 16개 주에 걸친 7개의 ‘지역 청정수소 허브 프로젝트(H2허브)’를 선정하고 총 70억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중국은 국가에너지국에서 수소 포함한 신에너지 정책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데, 지난해 11월 8일에 개최된 제14기 전국인민대표회의 12차 회의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에너지법’이 최종 통과돼 2025년 1월 1일부터 수소를 에너지로 격상시켜 국가차원에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수소전기차가 5만대를 넘어 대중화 단계에 돌입하려면 구매 보조금은 물론 충전인프라와 수소가격 등 이용자의 총보유 비용 관점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수소 밸류체인 전과정에 걸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 목표와 안목 아래 수소의 공급 및 가격 관리 주체를 일원화하고, 수소와 수소전기차 수요 확대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수소에너지 전담 기관 신설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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