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봄철 지역 축제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트로트 스타를 섭외하려는 지자체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축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트로트 가수의 행사 출연료가 수천만 원대까지 치솟으며 지역 예산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스타가수 섭외에 예산 절반… 결국 포기”
지난 3월, 지자체 A군은 봄 축제를 준비하며 트로트 스타 가수 섭외를 추진했다. 축제 총예산 중 절반을 출연료로 책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소속사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교통·숙박·경호 인력까지 포함한 추가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한다는 점이 알려지며 결국 섭외는 무산됐다.
A군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예산의 절반 이상을 한 명의 가수에게 쏟는 게 맞느냐는 내부 반발이 컸다”며 “결국 지역 예술인 중심으로 라인업을 바꾸고, 프로그램 다양성에 무게를 뒀다”고 전했다.
■ “축제 메인 = 트로트 스타” 공식화… 지자체의 고민
지자체 B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매년 봄에 열리는 B시 축제는 지난해 유명 트로트 가수 를 섭외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가수에게 들어간 출연료와 경비는 3,000만 원이 훌쩍 넘었고 이는 전체 공연 예산의 40%를 차지했다.
B시 축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트로트 가수가 오면 SNS 홍보 효과가 커지고,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많다”면서도 “지속 가능한 축제를 위해서는 예산 대비 효율성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 “지자체마다 가수 확보 경쟁… 에이전시도 몸값 올려”
지자체뿐만 아니라 민간 기획사들도 가수 섭외 경쟁에 뛰어들며, 출연료가 연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에이전시는 인기 가수들의 ‘묶음 패키지’ 섭외를 제안하며 행사 하나당 5,000만 원 이상의 견적을 제시하기도 한다.
공연기획사 관계자 C씨는 “예전엔 행사 한두 달 전에 섭외해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인기 가수일수록 3~6개월 전 예약은 기본”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에이전시 간 가격 경쟁도 줄고 오히려 상향 평준화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전문가 “출연료 투명화·지역 예술인 육성 필요”
전문가들은 현행 트로트 행사 출연료 구조가 장기적으로 지역 문화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화콘텐츠 전문가인 김미리 아이디오랩 본부장은 “스타 의존형 축제는 일회성 효과에 그치기 쉬우며, 지역 예술인과 프로그램 다양성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며 “출연료 기준 공개, 상한선 가이드라인 마련, 지역 가수 육성 예산 배분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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