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우려뿐 아니라 여러 나라 중앙은행의 대규모 매수도 2024년 초부터 이어진 가파른 금값 상승세에 한몫했다.
특히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금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은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고 자국 통화의 가치 하락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기능한다.
중앙은행들은 지난 15년간 금을 순매수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매수 속도는 배로 빨라졌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자국에 보관 중이던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산을 동결했다. 이때 외화 자산이 제재에 취약하다는 점만 부각됐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은행들은 3년 연속으로 1000t이 넘는 금을 매입했다. 중앙은행들이 현재 보유 중인 금은 세계에서 채굴된 양의 약 20%에 이른다.
이처럼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수요는 이달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 하여금 연말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3700달러로 상향 조정하게 만들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반 4000달러 돌파 가능성도 예측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가 대폭 완화하거나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금에 대한 위험 회피 수요가 줄어 금값은 하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1990년대와 달리 금을 대량 매도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금은 금융혼란에 대한 헤지수단으로서 그 가치를 다시 입증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번 상승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일부 투자자는 치솟은 금값에 매수 적기를 놓친 건 아닌지 주저할 수도 있다.
이에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머잖아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또 다른 귀금속 은이 금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금은 장기적으로 주식보다 수익률이 훨씬 낮다. 하지만 위기가 닥칠 때면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일 수 있다. 은은 금의 상승세를 다소 늦게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은값도 금의 뒤를 이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은값은 지난 1년 사이 약 23% 올랐다. 금보다는 낮은 수익률이지만 같은 기간 뉴욕 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수익률 6%를 크게 앞질렀다.
은의 산업적 용도는 금보다 많다. 은은 전자제품, 태양광 패널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따라서 경제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장에서 경기침체를 우려할 때면 초기에 금이 은보다 더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세계 무역붕괴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가 경기에 민감한 은을 뒤흔들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침체조차 2009년 6월에는 끝났다.
이후 은에 투자한 이들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완화 정책과 경기회복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있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자 한다면 여전히 금이 은보다 나은 헤지수단이다.
하지만 WSJ는 그보다 덜한 상황에서 포트폴리오에 기존의 금과 함께 은을 추가할 시기가 됐다고 조언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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