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오랜 기간 공들여 개발해온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글로벌 임상 2상에서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 회사 측은 지난 14일, 임상 2상 탑라인 결과 발표를 통해 24주차 강제 폐활량(FVC) 변화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의 BBT-877의 임상 2상은 한국, 미국, 호주, 폴란드, 이스라엘 등 5개국에서 총 129명의 IPF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유효성뿐 아니라 안전성과 내약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임상이었지만, 주된 평가 지표였던 FVC 변화는 약물군과 위약군 모두에서 관찰되었으나, 두 군 간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호흡이 어려워지는 희귀 난치 질환으로, 진단 이후 환자 절반이 평균 3~5년 안에 사망할 만큼 예후가 좋지 않다. BBT-877은 이러한 IPF를 대상으로 경구용 오토택신(Autotaxin) 저해를 통해 섬유화를 억제하는 기전의 저분자 신약후보물질로 개발돼 왔다.
이 물질은 브릿지바이오의 대표 파이프라인이자 회사 정체성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2019년에는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약 1조46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잠재적 독성 우려로 계약이 해지됐지만, 브릿지바이오는 자체 독성 데이터를 추가 확보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으로 임상 2상에 도전해왔다.
회사는 BBT-877 개발을 단순한 기술이전용 과제가 아닌, 직접 임상 수행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삼아왔다. 특히 연이은 적자와 자본잠식 위기, 바이오 투자 위축 등 외부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2024년 21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연구개발 의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회사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임상 결과 발표 이후 주가는 8960원에서 열흘 만에 1180원까지 급락했고, 5000억원대였던 시가총액은 500억원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지난 3월 공시된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 충족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은 상장 유지에 대한 우려까지 키우고 있다.
실제 브릿지바이오의 최근 3개년 영업손실은 2022년 435억원, 2023년 403억원, 2024년 190억원으로 적자폭이 줄고는 있지만, 수익 기반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기술이전 외엔 뚜렷한 매출원이 없는 가운데, 지난해 매출은 218만원에 그치며 사업 구조의 취약함이 드러났다.
브릿지바이오는 후속 대응 방안으로 하위 그룹 분석, 고해상도 CT 영상 분석, 바이오마커 분석 등을 통해 환자 개별 데이터를 정밀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임상 전략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또 BBT-877의 IPF 외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 이정규 대표는 지난 15일 기업설명회에서 “이번 임상에서 비교적 안전한 부작용 프로파일을 확보했다는 점은 유의미한 결과”라며 “특발성 폐섬유증 외에도 다른 적응증에서의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필요하다면 BBT-207, BBT-301, BBT-401 등 다른 과제와 비교해 파이프라인의 개발 우선순위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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