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오늘은 치킨 먹자”는 말을 가볍게 내뱉는다. 약속 자리에 빠지지 않는 메뉴고, 야식 메뉴 1순위로 불린다. 치킨 없이는 배달앱도, 야구장도, 편의점도 설명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인의 닭고기 소비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소비량은 15.7kg. 숫자로는 잘 와닿지 않지만, 정육 기준으로 한 달에 두 마리 넘게 먹는 셈이다.
닭고기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기름기도 덜하다는 이유로, 돼지고기나 소고기보다 부담 없이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운동 후 단백질 보충에도, 다이어트 식단에도 빠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닭가슴살로 하루를 시작하고, 누군가는 치킨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식단에서 닭고기를 빼는 날이 드물 정도다.
주당 300g 넘으면… 위암 사망 위험 2배
2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립 위장병학 연구소는 이탈리아 남동부 주민 4869명의 건강 데이터를 19년간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다. 닭고기를 포함한 가금류를 주당 300g 이상 섭취한 사람은 100g 이하 섭취자에 비해 조기 사망 위험이 27% 높았고, 특히 위암과 위장 관련 암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주당 300g 이상 가금류를 섭취한 남성은 주당 100g 이하 섭취한 남성에 비해 위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았다. 100g은 치킨 작은 조각 하나 정도에 해당하지만, 부위에 따라 150g까지 나갈 수 있다. 주말마다 치킨 반 마리 이상을 먹는 습관이 쌓이면 기준을 넘기기 쉽다. 가족끼리 먹던 '한 마리'가 혼자 먹는 양으로 바뀐 지금, 이 수치는 결코 작지 않다.
일부에서는 가금류가 적색육보다 낫다고 여겨왔다. 실제로 기존 연구 중 일부는 닭고기가 심혈관 질환이나 일부 암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오히려 그 반대 가능성에 주목했다. 적색육보다 가금류에서 위암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리 방법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다
닭고기의 문제는 단순히 섭취량에만 있지 않다. 어떤 방식으로 조리해 먹느냐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기름에 튀기거나 숯불에 굽는 방식처럼 고온에서 장시간 조리할 경우 돌연변이 유발 물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HCA, PAH, NOC 같은 물질이다. 이들은 고기 표면이 바삭하게 익거나 탈 때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익숙한 조리법이 오히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바삭한 껍질이 맛의 핵심인 프라이드 치킨, 연기 자욱한 닭갈비, 숯불에 구운 닭꼬치까지. 모두가 즐기는 음식이지만, 조리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물질이 스며들 수 있다.
연구진은 닭고기를 끊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주, 많은 양을 먹는 습관은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채소나 통곡물 등과 함께 먹고, 가능한 한 조리 방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닭고기 소비 두 배 증가, 위험도 함께 올랐다
한국에서 닭고기 소비는 이미 식문화의 일부가 됐다. 1970년만 해도 1인당 연간 소비량은 1.4kg에 불과했지만, 2003년에 7.8kg을 넘었고, 20년 만에 다시 두 배로 증가했다. 누구나 익숙하게 소비하는 식재료가 됐고, 습관처럼 먹는 시대가 됐다.
특히 남성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닭고기를 가볍게 생각하는 시선은 실제 위험을 놓치게 만들 수 있다. 일주일 단위로 자신의 식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평일엔 도시락 반찬으로, 주말엔 외식 메뉴로, 주중에는 편의점 간편식으로 식단이 채워진다면 이미 기준치를 넘겼을 가능성이 높다.
하루 한 끼씩 닭고기를 먹는 식단이 자연스럽게 굳어졌고, 몸을 생각한다는 이유로 반복되기 쉬운 선택이 돼버렸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가벼운 단백질이라는 인식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처럼 선을 긋기 어려웠던 닭고기. 더 가볍다고 해서 무조건 괜찮다는 믿음은 이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고기의 종류보다 조리 방식, 먹는 빈도, 섭취량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선택은 늘 식탁 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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