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복합·다중위기의 시대에 맞서기 위해 국내 인문사회 연구자들이 내놓은 해법은 무엇일까. 주요 권역별 인문사회 연구소들은 기초학문·국제관계·재난·지역· 공동체 영역에서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됐다.
인문사회통합성과확산센터가 주최·주관하고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는 2025년 인문사회 연구성과발표회 인문축제 <향연> 이 26일 고려대 서울캠퍼스 SK미래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는 전국 5대 권역(강원, 전라, 충청, 경상, 서울경기)의 인문사회 연구소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학술컨퍼런스의 성과를 공유하고, 연구성과의 대중적 확산을 위해 기획됐다. 향연>
이날 성과발표회는 위기대응 공동컨소시움, 우수성과 사례 발표회, 대중강연 및 부대행사 등 총 3개 세션으로 이뤄졌다. ‘위기대응 공동컨소시움’이라는 테마로 꾸며진 1세션은 1명의 발표자가 해당 영역의 위기 양상을 진단하고, 3명의 토론자가 패널로 참여해 해당 분야별 전략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각의 세부 주제는 △기초학문(학교 안전 정책 연구 개발 성과 향후 과제) △국제관계(리빙랩과 대학교육 혁신) △재난(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생사학’) △지역(초개인화 시대, 통합과 소통을 위한 가족커뮤니티인문학) △공동체(이주의 인문학) 등이다.
여러 세션 가운데에서도 국제관계 분야의 ‘리빙랩과 대학교육 혁신’ 발표 사례가 참석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발표자로 나선 신상범 연세대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장(국제관계학과 교수)은 리빙랩 수업 모델과 교육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신상범 연세대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장은 리빙랩 소개와 함께 리빙랩이 대학교육에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신상범 원장은 “리빙랩은 일반 시민, 정부, 대학, 기업, 전문가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협력해 그들이 사는 지역에서 발견되는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 아이디어나 기술 혹은 상품 등을 개발하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시제품을 제작하는 등의 활동”이라며 “실험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리빙랩은 다른 방식의 혁신과는 달리 다양한 행위자가 참여하고 있고 이분들이 어떤 질서와 협력적인 구성을 하느냐에 따라 실험이 잘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리빙랩 수업 모델 소개와 함께 지역공공기관과 협업한 사례를 제시했다. 신 원장은 “유럽의 도시와 대학에서 많이 활성화돼 있는 리빙랩은 한국에서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연세대에서도 리빙랩을 만들어 마스크 재활용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며 “수거된 폐마스크를 업사이클링해 돋보기 안경을 제작, 저소득층 어르신들과 독거노인에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신 원장은 자원환경과 국제관계, 개발협력의 글로벌 거버넌스 등 2개의 학부 수업에 리빙랩을 적용한 사례도 들려줬다. 각 로컬에 맞게 기후문제와 글로벌문제를 해결하고 개발협력의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다는 게 신 원장의 설명이다.
인문학 분야에서도 리빙랩 방식의 도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신 원장은 “사례들이 엄청나게 많다. 인문학에서도 (리빙랩 도입이) 가능하다”면서 “베트남에 처음 갔을 때 소수민족의 조혼이 사회적 문제였는데 리빙랩을 통해 접근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신 원장은 “조혼 문제에 대해 제도 혹은 물질적 이익 관점에서 보는 게 아니라, 연극 공연이나 캠페인 활동을 하면서 조혼 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의식을 개선하는 한편 젠더 관점에서도 실험을 하면서 인문학적 접근을 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리빙랩 교육의 국제화와 관련해 국내 대학들의 인문사회계열 전공이 어떤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이 가능한지, 동아시아 역사문제 해결 및 협력을 위한 리빙랩 교육 방식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성과발표회에 앞서 개회사와 축사가 진행됐다. 허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인문사회통합성과확산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5개 권역의 인문사회 집단연구군 소속 연구소 50곳과 직접 만나며, 각 지역 연구소의 과제 현황과 연구자들의 관심사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며 “이번 <향연> 은 그러한 만남을 바탕으로 인문사회 연구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위기에 어떤 응답을 해줄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허 원장은 “연구자와 대중이 함께 활발하게 소통하며 인문사회 연구가 일상에 스며들고 그 의미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향연>
축사는 윤성택 고려대 연구부총장과 황명진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단장이 맡았다. 윤성택 고려대 연구부총장은 “오늘 이 자리는 연구자와 지역 연구소 그리고 시민이 함께 모여 지식과 고민, 실천과 연대를 함께 나누는 뜻깊은 인문사회 축제의 장”이라며 “환경, 사회, 교육, 디지털 시대의 과제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시민 스스로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다. 이처럼 시민과 함께 호흡할 때 인문사회학은 더욱 생동감 있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황명진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단장은 “이번 성과발표회는 한 해 동안 축적된 인문사회 분야 학술지원사업의 결실을 공유하고 연구자 간의 지적 연대와 창의적 소통을 나누는 소중한 장”이라며 “무엇보다 학문이 사회와 만나는 접점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책임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문사회통합성과확산센터와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는 오는 7월 3일부터 4일까지 한국교원대에서 ‘AI 시대 한국인문사회과학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2025년 충북세계인문사회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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