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으면 수박의 계절이 돌아온다. 무더운 여름날 수박이 식탁에 오르면 온 가족의 표정이 바뀐다. 단단한 껍질을 가르며 터지는 소리, 수분을 잔뜩 머금은 붉은 살에서 퍼지는 단내. 그러나 모든 수박이 맛과 향을 담보하진 않는다.
겉모습이 비슷하게 보여도 속은 전혀 다르다. 줄무늬가 선명하다고 무조건 맛있는 것도 아니고, 크다고 해서 당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진짜 좋은 수박은 몇 가지 정확한 기준으로 구별할 수 있다.
수박 밑동, 작을수록 달다
첫 번째 기준은 '밑동의 넓이'다. 수박의 배꼽이라 불리는 밑동 부분, 즉 꽃자리가 작을수록 좋다. 이 부위는 수박이 성장하며 꽃이 달려 있던 흔적이다. 보통 꽃자리가 넓고 크면 수박이 천천히 익었다는 뜻이다.
수분은 많을 수 있지만 당도가 낮을 확률이 높다. 반대로 이 부위가 작고 단단하게 닫혀 있으면, 빨리 익고 당도가 높게 형성된 경우가 많다. 특히 500원 동전보다 크면 피하는 게 낫다.
잘 익은 수박은 줄무늬가 '선명'
두 번째 기준은 '줄무늬의 선명도'다. 수박 껍질 위에 있는 초록색과 검은색 줄무늬가 뚜렷하고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좋다. 무늬가 흐릿하거나 퍼져 있으면 수박이 덜 익었거나 성장 과정에서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껍질에 흰 분가루처럼 보이는 자연 왁스가 올라와 있다면 신선도와 당도를 함께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눈에 띄게 광택이 나고, 색 대비가 분명한 것이 당도가 높은 수박일 확률이 크다.
수박 바닥면, 노랗고 넓어야 좋다
세 번째 기준은 '수박의 배꼽 반대편 면의 넓은 황색 반점'이다. 이는 수박이 땅에 닿아 있던 부위다. 잘 익은 수박일수록 이 면적이 넓고 짙은 노란빛을 띤다. 흰색이나 미색에 가까운 경우는 수박이 땅에서 충분히 익지 못하고 수확됐다는 의미다. 자연 상태에서 오래 햇빛을 받으며 익은 수박은 배 부분이 선명한 황갈색으로 물든다. 색이 너무 연하거나 면적이 작다면 시간이 부족했던 수박일 수 있다.
이 세 가지 기준은 과수 재배 농가와 농촌진흥청에서 수박 출하 전 품질 선별에 실제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농가에서는 이러한 외형 기준 외에도 낙과 여부, 껍질 탄력성, 기계로 측정한 당도 수치 등을 종합해 등급을 나눈다. 그러나 소비자가 매장에서 직접 수박을 고를 땐 외형적 요소만으로도 상당한 품질 판단이 가능하다.
수박을 고를 때 손가락으로 두드려보는 '통통한 울림'은 아직도 유효한 기준이긴 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오히려 개인마다 감각의 차이가 커 신뢰도가 떨어진다. 전문가들조차 청각으로만 수박의 당도를 판단하는 건 어렵다고 말한다. 반면 배꼽 크기, 줄무늬 명확도, 황색 반점은 누구나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다.
수박이 가장 많이 출하되는 시기는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다. 이 시기엔 전국 각지에서 수박이 한창 출하돼 가격도 안정적이고 품질도 고르게 좋다. 전북 고창, 충남 논산, 경북 성주, 경남 함안 등은 고당도 수박 산지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 수박은 출하 시기마다 별도의 선별 기준을 적용한다. 이들 지역의 수박은 당도가 11브릭스 이상이다. 일부 프리미엄 제품은 13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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