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따뜻해지면 화장실 냄새가 유독 더 심하게 느껴진다. 타일 닦고, 변기도 청소했는데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따로 있다. 자주 사용하는데도 손이 잘 닿지 않는 곳, 바로 샤워기다.
샤워기는 매일 몸에 직접 닿는 물을 뿜어내지만, 청소는 소홀한 곳 중 하나다. 물줄기가 지나가는 좁은 구멍에 때가 끼고, 그 안에서 세균이 자란다. 물속 불순물이나 몸에서 떨어진 각질, 비누 찌꺼기, 녹물 같은 것들이 쌓이기 쉬운 구조다. 물줄기가 한쪽으로 쏠리거나 삐뚤게 튄다면 이미 이물질이 내부를 막고 있다는 신호다.
샤워기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실제로는 각종 세균과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좋은 구조다. 특히 샤워기 헤드는 화장실 변기보다 세균 수가 많다. 변기 물을 내릴 때 공기 중에 퍼진 입자들이 샤워기 표면에 달라붙어 그대로 증식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JTBC '비정상회담' 방송에서 홍혜걸 의사는 “손이 성기보다 더럽다”며 소변 전 손 씻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손에 묻은 세균이 화장실 곳곳을 거쳐 샤워기로 옮겨지면서, 이곳은 피부 질환이나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오염원이 된다고 전했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샤워기 헤드에서 검출된 세균 수는 변기 좌석의 10배 수준에 달한다.
청소 전 확인해야 할 점도 있다. 물줄기가 약하거나 방향이 틀어졌다면 내부에 이물질이 낀 상태다. 샤워기 구멍 주변이 누렇게 변했거나 냄새가 날 경우에도 세척이 필요하다.
샤워기 헤드 청소하는 방법
샤워기를 세척하려면 먼저 줄과 헤드를 분리한다. 녹물이나 찌든 때가 묻어 있다면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가장 흔히 쓰이는 재료는 과탄산소다다. 따뜻한 물 1L에 과탄산소다 2스푼을 녹인 후 샤워기 헤드와 줄을 1시간 정도 담근다. 이후 칫솔로 구멍 주변을 문질러 이물질을 제거하고 깨끗한 물에 헹군다.
과탄산소다가 없다면 집에 있는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대체할 수 있다. 베이킹소다 2스푼, 식초 반 컵, 따뜻한 물 1L를 섞어 용액을 만든다. 이 용액을 비닐봉지에 붓고 샤워기 헤드와 줄을 담근 뒤, 비닐 입구를 끈이나 고무줄로 단단히 묶는다.
묶을 때는 봉지 안의 공기를 최대한 빼고, 용액이 샤워기 전체를 충분히 덮도록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 물이 새지 않도록 단단히 묶는 것도 중요하다. 식초는 금속을 부식시킬 수 있으므로 한 시간 이상 담가두지 않는 것이 좋다.
헤드가 분리되지 않는 일체형 샤워기의 경우, 세척 용액을 뿌리거나 적신 천을 감싸두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엔 2시간 이상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다른 방법은 뜨거운 물을 활용하는 응급 세척이다. 샤워기 내부에 끓는 물을 천천히 여러 번 부은 뒤 칫솔로 문질러 닦는다. 깊은 세척은 어렵지만 물줄기 회복에는 효과가 있다.
구연산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물 500mL에 구연산 1스푼을 녹여 30분 정도 담그고 문질러 닦는다. 주방 청소나 세탁기 세척에 사용하는 재료라 따로 구입해두면 유용하다. 스테인리스 재질은 산성 용액에 오래 담그면 표면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시간 조절이 필요하다.
세척 후에는 반드시 물기를 제거해야 한다. 물방울이 남은 채로 두면 다시 곰팡이가 번식하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에 충분히 헹군 뒤 수건으로 닦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말린다.
샤워기 수명 연장, 관리 주기부터 정해야
샤워기는 한 달에 한 번 청소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물줄기 세기를 유지하고, 내부 부식이나 막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청소 주기만 지켜도 고장 없이 오래 쓸 수 있다.
샤워 후 줄을 흔들어 물을 털고, 마른 수건으로 외부를 닦는 습관도 중요하다. 특히 벽에 고정한 채 아래로 향한 구조라면 내부에 물이 고인다.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슬고 세균이 자란다. 가능하다면 샤워 후 헤드를 분리해 말리는 것도 방법이다.
평소 다음 습관만 지켜도 세균 번식과 악취를 줄일 수 있다. ▲샤워 후 샤워기 줄 흔들기 ▲수건으로 외부 물기 닦기 ▲주 1회 외부 표면 닦기 ▲월 1회 내부 세척 등, 이런 관리만으로도 샤워기를 오래 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필터가 내장된 샤워기라면 교체 주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필터에 먼지, 석회질, 잔여물이 쌓이면 수압이 약해지고, 물에서 특유의 냄새나 찝찝한 느낌이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1~2개월에 한 번씩 갈아주는 게 좋다.
화장실 냄새 원인은 샤워기만이 아니다. 배수구도 의심해야 한다. 머리카락, 때, 비누 찌꺼기가 쌓이면 세균이 번식하고 악취가 올라온다. 이때는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섞어 부어준 뒤, 거품이 일면 뜨거운 물로 헹군다.
변기도 점검 대상이다. 안쪽 틈이나 바닥과 연결된 부위는 곰팡이가 서식하기 좋다.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냄새가 오히려 더 심해진다. 틈에서 냄새가 올라올 경우 실리콘으로 마감하거나 시공 업체에 점검을 맡겨야 한다.
샤워기는 몸에 직접 닿는 물을 흘려보내는 도구다. 하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물때와 세균이 축적돼 위생이 나빠지고 냄새도 따라온다. 청소는 어렵지 않다. 방법만 알면 집에 있는 재료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샤워기부터 점검하면 화장실 냄새 문제도 절반은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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