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경고등] 빛바랜 '청주의 명동' 성안길, 부활의 날갯짓(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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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경고등] 빛바랜 '청주의 명동' 성안길, 부활의 날갯짓(끝)

연합뉴스 2025-04-26 07:01: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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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공실률 30%, 랜드마크 방치 등 침체일로 속 원도심 살리기 속도

청주시, 성안동 도시재생·지하상가 리모델링·정주 여건 개선 등 추진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청주 한복판에 있는 성안길은 화려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행인들이 어깨를 스치지 않고 걷기 힘들 정도로 번화했고, '청주의 명동' 혹은 '쇼핑 1번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유명 브랜드의 점포들은 전국 최고 수준의 매출을 자랑했다.

노령의 시민들에게는 '본정통'이라는 명칭이 더 익숙한 성안길은 그러나 외곽지 개발로 신흥 상권이 하나씩 생기면서 쇠락의 운명을 맞았다.

원도심 공동화현상이 더해지면서 지금은 저녁 시간 이후로는 불 켜진 상가를 찾기 어렵고, 임차인을 구하는 빈 점포도 수두룩하다.

청주시는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성안길의 영광 재현에 나서고 있다.

공실로 방치된 apM 쇼핑몰 공실로 방치된 apM 쇼핑몰

촬영 천경환 기자

◇ '3대 랜드마크'도 유령 건물로 전락…상가 공실률은 30%

지난 25일 찾은 성안길. 불빛 하나 없이 껌껌한 6층짜리 상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외벽은 누렇게 빛이 바래 있었고, 유리문은 기다란 쇠막대기에 쇠사슬까지 감긴 채 잠겨 있었다.

음산한 분위기의 이 건물은 250개 점포를 갖춘 'apM 쇼핑몰'이다.

2000년 문을 연 뒤 6∼7년간 성안길 3대 랜드마크 중 하나로 성업을 이루다가 매출 하락으로 2008년 문을 닫은 뒤 20년 가까이 빈 건물로 방치돼 있다.

홍경표 성안길상점가 상인회장은 "분양 당시 점포당 가격이 비싼 곳은 7천∼8천만원, 저렴한 곳은 4천∼5천만원에 거래됐다"며 "과거 고가에 분양됐던 건물이라 현재 사겠다는 사람이 없고, 오랜 공실로 인해 내부 설비 등도 망가져 손을 대기 어려운 상태"라고 안타까워했다.

옆으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생기 없어 보이는 옛 롯데영플라자 건물이 나온다.

옛 청주백화점 건물을 리모델링해 2007년 개점한 롯데영플라자는 성안길 상권 부활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영업 부진으로 13년 만인 2020년 5월 폐점했고, 이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5년 넘게 먼지만 쌓이고 있다.

근처 복합몰인 씨유멀티플랙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460여개 점포 중 실제 운영 중인 곳은 1층 일부 상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텅텅 비어 있다.

건물 안의 불 꺼진 복도에 덕지덕지 붙은 '노상방뇨 금지' 안내문은 오랜 시간 관리되지 않았음을 방증했다.

성안길 상가 공실 성안길 상가 공실

촬영 천경환 기자

상권의 얼굴이 돼야 할 랜드마크 건물이 텅 비어 있으면 쇠락한 상권이라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성안길에서 옷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상권은 분위기가 생명인데 큰 건물 하나가 어두워지면 그 주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한눈에 봐도 망한 거리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데 걱정이 크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청주읍성 북문 터에서 남문 터까지 이어지는 성안길은 20여년 전까지 패션과 생활 잡화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 대표 상권으로 군림했다.

공실 하나 없이 빽빽이 들어찬 상가들은 손님들도 초만원이었고, 밤거리도 젊은이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하지만 가경동, 강서동, 산남동, 율량동, 용암동 등 외곽지역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젊은 층의 발길이 신시가지로 옮겨가면서 원도심은 점차 활기를 잃었다.

비슷한 품목을 판매하는 백화점과 아웃렛이 외곽에 포진하면서 성안길은 더 위축됐다.

이런 까닭에 성안길의 일반 상가 공실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3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비어 있는 곳도 있고, 임대 현수막이 걸린 1층 상가도 눈에 많이 들어온다.

성안길 상가 공실률은 2020년 21.2%, 2021년 27.1%, 2022년 24.8%, 2023년 26.3%를 보이다가 지난해 29.3%에 이르렀다.

성안길 청년 친화 공간 '점프스테이션' 성안길 청년 친화 공간 '점프스테이션'

촬영 천경환 기자

◇ 원도심 살리자…성안동 도시재생, 대현지하상가 리모델링 등 추진

청주시는 성안길을 포함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선 성안동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국보인 '용두사지 철당간(국보 제41호)' 광장을 확장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 다양한 행사와 축제를 열어 지역 명소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오는 9월에는 성안길 도시재생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공모 사업에 도전할 방침이다.

청년층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이다.

시는 지난해 청주상공회의소 등과 공동으로 성안길에 청년친화 공간 '점프스테이션'을 개소했다.

카페·휴게실·공연 관람 공간 등으로 꾸며진 이곳은 충북에 거주하는 청년이면 누구나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원도심 공동화, 유동 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2022년 10월까지 모든 점포가 철수해 텅텅 빈 대현지하상가를 문화·예술·창업 등 청년 특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시는 지난 2월 설계를 마무리하고 연말 개소를 목표로 리모델링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곳에는 청년 취·창업지원센터, 청년창업가 입주공간, 청년공방 및 북카페, 청소년(예비청년) 자유공간, 문화·공연 시설, 휴게·전시 시설 등이 조성된다.

시는 2023년부터 '원도심 골목길 축제'를 여는 등 문화 콘텐츠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총 11만7천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올해는 오는 27일까지 상당구 중앙동 소나무길·이팝나무길 일원에서 거리공연과 전시·체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도시 공간 재편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시는 원도심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성안동, 중앙동 등 원도심에도 40층 안팎의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으며, 장기 프로젝트로 옛 청주읍성 내 청주관아와 중앙공원을 연계한 4만㎡ 규모의 역사공원 조성도 추진 중이다.

시 관계자는 "원도심은 상업, 행정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보다 활성화 사업 관련한 비용 부담이 적다"며 "또 원도심은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도 활성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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