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단 두 편의 유튜브 영상. 제작비는 5억 5,000만 원. 주인공은 백종원, 자금은 국민 세금.
강원도 인제군이 지난해 개최한 ‘캠프레이크 페스티벌’ 홍보를 위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측에 지급한 금액이 알려지며, ‘공공 예산의 사적 활용’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인제군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4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캠프레이크 페스티벌’ 홍보를 위해 더본코리아 자회사 티엠씨엔터와 계약을 체결하고, 백 대표의 유튜브 채널에 두 편의 홍보 영상을 게시하는 조건으로 5억 5,000만 원이 지급됐다.
‘몇 날 며칠 고생 좀 했습니다’, ‘축제 바가지요금에 지친 사람 주목’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각각 약 13분 분량으로 제작됐다.
그러나 문제는 영상의 ‘효율’이다. 전체 축제 예산 19억 5,000만 원 중 28%가량이 단 두 편의 영상 제작에 쓰였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지출”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공공 축제의 주된 목적이 지역 경제 활성화라면, 보다 다양한 방식의 홍보와 운영이 필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게다가 영상 내 위생 문제 장면도 논란을 부추겼다. 앞서 백 대표는 ‘공사자재 바비큐 그릴’과 ‘농약 분무기 소스통’ 사용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고, 해당 영상에도 이러한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더본코리아는 ‘빽햄 선물세트’ 가격 논란, ‘백석된장’ 농지법 위반과 원산지 허위 표시 혐의, 식품위생법 위반, 직원 블랙리스트 의혹 등 각종 구설에 휘말렸다. 더불어 더본코리아의 술자리 면접 논란까지 더해지며 논란이 가중됐다.
결국 인제군은 올해 축제에 백 대표 측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논란은 멈추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백종원 방지법’을 제정하자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더본코리아는 여러 지자체 축제에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를 반복하고 있음에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행사를 독점하고 있다”며 “공공행사가 특정 인물의 사적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론도 제기된다. “백종원이라는 브랜드 파워와 채널 영향력을 고려하면, 전국 단위 홍보 효과로서 가치는 충분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로 그의 채널은 240만 명 이상이 구독 중이며, 지역 축제 홍보 영상으로 수십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전례가 많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형평성’과 ‘세금의 사용처’에 있다. 지방 자치단체와 유명 인사의 협업이 마케팅 효과를 노린 선택이었다 해도,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축제에 이처럼 불균형한 예산 집행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유명 인물의 영향력을 앞세운 단발성 홍보가 아닌, 지역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축제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한때 ‘국민 셰프’라고 불리웠던 백종원 대표를 향한 공공의 시선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그의 이름이 붙은 영상 한 편에 수억 원이 지불되는 현실. 그 비용을 지불한 건, 다름 아닌 국민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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