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국민의힘 2차 대선 경선에 진출한 홍준표·한동훈 후보는 25일 '일 대 일 맞수 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책임론, 정치 이력 등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홍·한 후보는 서로를 토론 상대로 지목해 1시간 30분씩 각각 주도권을 가지고 총 3시간 동안 토론으로 맞붙었다. 홍·한 후보는 토론회 내내 상대방 관련 발언, 상대 후보 정책 공약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며 설전을 이어갔다.
한 후보는 토론 초반 질문에서 '12월 3일 당 대표였다면 계엄을 막았을 것인가, 해프닝으로 치부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홍 후보는 "내가 당 대표였으면 계엄도, 탄핵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당대표는 대통령과 협력해야 한다. 대표라는 사람이 사사건건 대통령에게 시비 걸고 깐족대고 하니까 대통령이 참을 수 있었겠나. 내가 대표였으면 아무리 속상해도 대통령과 협력해서 정국을 안정시키려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홍 후보가 계엄 책임을 한 후보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자, 한 후보는 "홍 후보처럼 대통령 옆에서 아부하면서 대통령 기분 맞췄던 사람들에게 계엄의 책임이 있다"며 "저는 계엄을 막았던 사람이라는 말씀드린다. 보수 정당에서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아부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잘되도록 해 줘야 한다"며 "당 대표도 모르는 계엄을 했을 땐 당 대표가 부끄러워해야 한다. 몰랐다는 게 자랑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 후보는 자꾸 자기가 계엄을 막았다고 하지만, 계엄을 막은 것은 야당이고 한 후보는 숟가락만 얹은 것"이라며 "(한 후보는) 계엄 선포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다. 무슨 염치로 또 대선에 나오는가"라고 했다.
한 후보는 "홍 후보의 독단적인 생각"이라며 "저와 18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계엄을 막은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또한 "김건희 여사 문제, 명태균 문제 등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한 것을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면 홍 후보가 정치를 잘못 보고 계신 것"이라며 "계엄을 막아야만 했다. 그것이 저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보수에 대한 소신"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한 후보는 당 대표 시절 김 여사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용산을 협박하지 않았는가"라며 "김 여사는 해외 순방 때마다 넥타이 2개를 사서 하나는 '동훈이 준다'고 했다. 김 여사를 형수라고 하면서 형수한테 못된 짓하는 것은 이재명 후보하고 똑같다"고 비판했다.
한 후보는 "넥타이를 받으면 계엄 옹호해야 하는가"라며 "누군가가 뭘 주고 잘해 주면, 홍 후보는 국민이 아니라 그 사람 위주로 정치를 하는가"라고 응수했다.
한 후보는 홍 후보에게 '대선 출마 준비를 언제부터 했는가'를 물으며 탄핵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선거 캠프 사무실 준비 등 조기 대선을 준비했다며 지적했다.
이에 홍 후보는 "어차피 (기각으로) 돌아오시더라도 (정치적 상황이라는 게 흘러가면) 대통령직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조기 대선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홍 후보와 한 후보는 토론회 내내 거침없는 공세를 펼쳤고 감정 섞인 말이 오가기도 했다.
한 후보는 홍 후보가 자신에게 "깐족댄다"는 표현을 한 것을 두고 "그런 표현 쓰면 안 된다. 폄하하는 표현"이라고 했다.
홍 후보는 "깐족댄다는 표현을 모르고 저래 쌌네(저렇게 말하네)"라고 대응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시중에서 홍 후보를 '코박홍'이라고 부르는 것 알고 있나"라며 "코를 박을 정도로 90도로 (인사하며) 아부했다는 것을 말한다"고 응수했다.
홍 후보는 "대통령이 서문시장 왔을 때 45도로 절한 일이 있다"며 "대통령에 대한 존경이고 예의"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한 후보는 "가상 화폐에 현물 ETF를 도입해야 한다고 책에 썼는데 어떤 취지인지 설명해달라"고 한 데 대해 홍 후보는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은 전문가 의견을 존중해 썼다. 자세히 몰랐다고 했으니 그만 넘어갑시다. 그 정도 답 들으려고 한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이후 한 후보가 "'책에 있는 것을 말씀 못한다"고 지적하자 홍 후보는 "진짜 방송 그만하고 싶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당원 게시판 논란 등을 거론하며 한 후보의 답변을 촉구했다.
홍 후보는 한 후보의 당 대표 시절 가족 명의로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이 올라왔다는 의혹과 관련 "한 후보의 가족이 범인인가 아닌가 대답을 우선 해보라"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당내 익명 게시판에 비판하면 안 되는가"라고 응수했다.
한 후보는 홍 후보의 부적절한 언사를 거론하며 공세를 가했다.
한 후보는 홍 후보에게 "여성 최고위원에게 '여자는 밤에만 쓰는 것', '주막집 주모'라고 말했고, 여기자에게 '너 맞는 수가 있다'고 했다"면서 "이 정도는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춘향전은 춘향이 따먹으려는 얘기', 여성 정치인을 향해 '분칠이나 하고 화장이나 하는 최고위원은 뽑으면 안 된다'는 말 한 적 있는가"라고도 물었다.
홍 후보는 "'주막집 주모'는 말했고 '여자는 밤에만 쓰는 것'은 말한 적 없다. (여성 정치인을 향한 발언은) 이미지 정치하지 말고 공부해라 그 뜻으로, 누구를 특정해서 한 말은 아니다"라며 "논리 비약하지 말라. 그렇게 하니까 지금 대통령이 화가 나서 계엄 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 후보는 이어 "명태균 씨가 사실상 운영한 기관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홍 후보 측에서 받은 사실은 없는가"라고 물었고 홍 후보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또 "총선 이후 윤 전 대통령이 '한 (후보) 이번에 압승했으면 총리 시키고 후계자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며 "장관감도 안 되는 사람을 법무부 장관 시킨 것도 참 그랬는데, 이제 와서 총리를 시킨다? 네 시간 반 얘기하면서 그 말이 제일 황당했다"라고도 밝혔다.
그러자 한 후보는 "(대통령이) 1월에 저를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었는데 총리를 시킨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라며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
개헌을 두고도 홍 후보와 한 후보의 명확한 입장차를 확인했다.
한 후보는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겠다고 공약해야 더불어민주당이 개헌 논의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을 배출한다는 가정하에) 민주당이 개헌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질적 인센티브를 주려면 임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집권해서 민주당에 3년 만에 내려올 테니 개헌이 응해달라고 요청하자는 건데 이상하다고 보는가"라며 홍 후보에게 질문했다.
홍 후보는 "그렇다"며 "민주당에선 90%가 집권했다고 보는 판인데, 이 후보가 3년짜리 대통령 하려고 하겠냐"며 "얄팍한 수로 국민을 속이려 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면 임기 초반에 정부에 개헌추진단을 만들어 국회와 협의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같이 하고, 발효 시점을 2030년으로 하면 된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홍 후보와 한 후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출마하면 단일화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동일한 입장을 표했다. '오엑스(OX)' 게임에서 모두 'O' 팻말을 들었다.
홍 후보는 "이 후보와 대적하기 어려우니까 한 대행뿐 아니라 이준석 후보, 비명(비이재명)계까지도 전부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다"며 "단일화해야지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했다. 한 후보는 "이기는 선택을 할 것"이라며 "경선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가 결국 보수 전체를 대표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선 홍 후보는 'O', 한 후보는 'O'나 'X'를 선택하지 않았다.
홍 후보는 "이 후보는 우리 당에 있었던 사람이지만 윤 정권에서 억울하게 쫓겨난 사람"이라며 "본선에 들어가면 같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한 대행은 기본적으로 저희 사람이어서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국민의힘 색깔을 가지지 않은 분들과 당연히 연합해야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이 후보와의 단일화를) 얘기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탈당해야 한다'에 대해 홍 후보는 'O'나 'X'를 선택하지 않았고, 한 후보는 'X'를 선택했다. 두 후보는 '윤 전 대통령 본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을 이뤘다.
홍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탈당한다고 해서 계엄한 사실이 없어지는 것 아니고, 탄핵 없어지는 것 아니다. 본인 생각에 맡기는 게 옳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한 후보는 "홍 후보와 (생각이) 같다"면서도 "탈당하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고 지금은 탄핵으로 인해 직무 배제된 상태로 평 당원인 상태에서 이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진행했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홍 후보는 'X'를, 한 후보는 'O'를 들었다. 한 후보는 기자들과 자주 소통하는 것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홍 후보는 분기별로 1년에 4번 (약속된 질문-딥변 대련이 아닌) '프리토킹 방식'으로 각각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후보가 코스피 지수 5000 하겠다 했는데 나도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한 후보는 'O', 홍 후보는 'O'나 'X'를 선택하지 않았다.
한 후보는 "목표의 문제인데, 국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주가 부양책을 통해 국장을 우상향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는 "코스피가 5000이 될지, 1만이 될지 어떻게 아는가"라면서 "이렇게 (국장이) 저평가된 이유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이다. 안보 불안이 없어지고, 경기 부양을 하면 주식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홍 후보는 전날 한 후보가 김문수 후보와 맞수 토론에서 김 후보를 전과 6범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우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기기 위해 (토론에) 나온 것이다. 그를 전과 4범이라고 줄곧 공격해 왔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깨끗해야 한다"며 "과거 엄혹한 시절 민주화 항쟁 등에 참여한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인품이나 성정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깨끗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후보는 전날 김 후보를 향해 "총 전과(前科) 숫자로 보면 김 후보가 이 후보보다 많다"며 "대통령이라는 법치의 상징을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자리인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홍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김문수 후보와 토론 하면서 한 후보가 김 후보를 전과 6범이라고 비아냥대는 것을 보고 참 못된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노동운동, 민주화운동 전과는 이 후보의 파렴치 전과와는 엄연히 다른데 그걸 두고 비아냥대는 것은 금도를 넘었다"고 밝혔다.
토론회 내내 격론을 벌이던 홍 후보와 한 후보는 "마지막에는 화해하고 화기애애하게 끝내자", "마지막은 웃으면서 끝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라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한편 토론을 마친 후 홍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세 시간 동안 벌서고 왔다"고 전했다.
이어 '방송 그만하고 싶다'고 발언한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깐족대니까 한마디 했다"며 "김문수 선배가 그것 때문에 당했다. 주도권 토론에서 묻고 되치기당하는 그 토론 기술에 한 후보가 능했다. 나는 안 속는다"고 했다.
'당원 게시판 관련 발언에 대한 한 후보 답변이 어땠는지'를 묻자 "끝끝내 자기 가족이다 말 안 하던데 그게 좀 이상하다. (게시글 올리는 행동) 한 것 맞을 것 같죠. 그러니까 끝끝내 말 안 하지"라며 웃으며 답했다.
한 후보도 맞수 토론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늘 토론하면서 배운다. 홍 후보님도 날카롭게 많이 말씀하셨지만 그중에서 제가 배우고 수용할 부분도 많이 있었다"며 "우리 후보들은 함께 이겨나가야 할 동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와의 토론에서 아쉬운 점으로는 "저는 그날 계엄을 막았어야 했다는 말이 어려운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12월 3일 계엄은 누구라도 막아야 했다' 이 말이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이 아쉽다"며 "그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고 출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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