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아이들 무너뜨리는 것은 도파민 폭풍이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성장일기] 아이들 무너뜨리는 것은 도파민 폭풍이다

이데일리 2025-04-26 00:03:34 신고

3줄요약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스마트폰은 편리하다. 그리고 위험하다. 특히 아이에게는, 단순한 기기 그 이상이다. 요즘 진료실에서 가장 흔한 아이의 모습은 이렇다. 쉽게 집중을 못 한다. 앉아 있질 못하고, 눈빛이 불안하다. 잠을 깊이 못 자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한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친구들과 자주 부딪힌다. 그리고…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부모는 묻는다. “요즘 아이들은 다 스마트폰 하잖아요. 그게 그렇게 문제인가요?” 나는 단호히 말한다. 그게 지금 아이들의 뇌와 몸을 동시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뇌에 ‘도파민 폭풍’을 일으킨다. 레벨을 깼을 때, 좋아요가 달렸을 때, 쇼츠 영상이 끊임없이 흘러갈 때마다 도파민이라는 보상 호르몬이 뇌를 계속 자극한다. 문제는 이게 계속되면 뇌가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뇌는 점점 더 강한 자극 없이는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일상에서 책을 읽거나 친구와 놀거나 하는 활동은 “심심하고 재미없고 의미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 결과 집중력은 낮아지고, 불안감은 높아지고, 충동 조절은 약해지고, 문해력은 떨어진다. 도파민을 한 번에 퍼붓는 세상에서 아이의 뇌는 점점 둔해지고 있는 것이다.

무너지는 정서, 사라지는 사회성 스마트폰에 오래 노출된 아이일수록 짜증이 많아지고, 사소한 일에도 분노하거나 울기 쉽고, 타인의 감정에 둔감해지며, 자신감은 떨어지고, 고립된다. 실제로 소아정신과에서는 청소년 우울, ADHD, 분노조절장애, 자해 충동의 배경에 디지털 중독과 감각 과잉이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의 문제는 단지 ‘뇌’와 ‘마음’에만 있지 않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몰입하면, 운동량이 줄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성장호르몬 분비가 억제되며, 식습관이 무너지고 결국 성장판 자극이 사라진다. 진료실에 오는 키 작은 아이들 중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하루 3시간 이상인 경우는 예외 없이 연간 성장 속도가 평균보다 2~3cm 덜 큰다. 이건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니다. 몸은 뇌와 함께 자라기 때문이다. 불안한 뇌는 성장하지 못한다. 혼자 있는 아이는 자라지 않는다.

호주는 올해부터 15세 미만 SNS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학교 내 스마트폰 전면 금지, 핀란드는 수면 교육과 디지털 중독 방지 교육을 국가 교육 과정에 넣었다. 우리보다 먼저 아이들의 ‘두뇌 성장과 키 성장’을 스마트폰으로부터 지키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요즘 애들 다 그렇잖아”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이, 우리 아이의 성장판은 조용히 닫히고 있다.

부모의 선택이 아이의 뇌와 키를 살린다 나는 부모에게 묻고 싶다. 오늘 아이가 스마트폰을 몇 시간 쥐고 있었는가? 오늘 밤, 그 아이는 몇 시에 잘 것인가? 그리고 그 잠은 깊을 수 있을까? 아이는 자라는 존재가 아니라, 자랄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존재다. 도파민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성장판의 조용한 침묵이 찾아온다. 그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뿐이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