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라면은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배고플 때 끓여 먹는 한 끼, 술 마신 다음 날 속을 달래는 국물, 비 오는 날 부침개 대신 택하는 선택지. 주방에 라면이 떨어졌다는 건 곧 집에 먹을 게 없다는 뜻이 될 정도다.
컵라면부터 즉석 라면, 프리미엄 라면까지 종류는 셀 수 없이 많고, 조리법 하나로 취향도 갈린다. 면을 따로 삶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분말스프는 끓는 물이 아니라 미리 풀어야 제맛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정성과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 처음부터 물을 잘못 쓴다면 말이다.
수돗물 온수, 빠르지만 위험할 수 있다
물 끓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수돗물에서 따뜻한 온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침에 시간이 없거나, 야식으로 빠르게 라면을 끓여야 할 때 더 그렇다. 하지만 온수는 냉수보다 위생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23일 헬스조선 보도에 따르면 냉수와 온수는 나오는 길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냉수는 정수장에서 직접 가정으로 공급되지만, 온수는 보일러나 온수기 배관을 거쳐 나온다.
이 배관 안에는 오래된 물이 고여 있을 수 있고, 보일러 탱크에 오래 머물며 금속 성분이 섞일 가능성도 있다. 수도관 내부에서 납, 구리, 아연 같은 중금속이 나올 수 있다. 물 온도가 높을수록 이 금속들이 더 많이 녹아 나온다.
매체는 실제로 지난 2022년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실제로 온수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페놀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단순히 물이 뜨겁다고 더 깨끗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끓인다고 안전하다고 볼 수 없어
끓이면 중금속까지 사라질 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트리할로메탄 같은 화학물질이나 박테리아는 끓이면 제거되지만, 납이나 구리 같은 중금속은 그대로 남는다. 물의 온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매체는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장봉기 교수의 말을 인용해 “오래된 배관일수록 납 용출량이 높아지고, 뜨거운 물일수록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즉, 라면 끓이겠다고 온수를 썼다가 중금속까지 함께 먹을 수 있는 셈이다.
다행히 냉수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정수처리시설을 거쳐 곧바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물론 냉수라고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 수도관 상태가 좋지 않다면 냉수에서도 금속이 나올 수 있다.
냉수로 받아, 끓이고 먹는 것이 가장 안전
라면을 끓일 때는 수돗물 냉수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같은 권고를 한다. 조리용 수돗물은 반드시 냉수를 받고, 가능하면 끓인 뒤 먹어야 한다. 물을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수도라면, 처음 10~30초는 물을 틀어 흘려보내야 한다.
수질이 걱정된다면 무료 수질 검사도 신청할 수 있다. 환경부 물사랑 홈페이지나 관할 시·군청에 문의하면 된다. 수도관 청소는 5년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
라면은 단순한 인스턴트가 아니다. 어릴 적 추억이고, 자취방 생존 음식이며, 때론 위안이다. 이왕 정성 들여 끓이는 라면, 시작부터 물만 제대로 골라도 더 나은 한 그릇이 된다. 맛은 그대로지만, 우리 몸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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