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을 물에 씻는 행위가 식중독 위험을 키운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고기 표면에 있는 세균이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방 전체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생물 교사이자 과학 실험 유튜버 ‘포켓생물’은 21일, 마트에서 구매한 생닭을 싱크대에서 흐르는 물에 씻고, 그 세척수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실험 영상을 공개했다. 100배율에서는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지만, 400배율로 확대하자 물속에서 꿈틀거리는 세균이 다수 확인됐다.
실험자는 “생닭 표면에는 살모넬라 같은 식중독균이 있다”며 “씻을 때 세균이 넓게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닭 표면에 붙어 있던 세균이 세척 과정에서 조리기구, 주변 식재료, 싱크대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생닭, 물로 씻지 말고 이렇게 조리해야
닭고기에는 캠필로박터, 살모넬라, 웰치균 등 식중독을 유발하는 박테리아가 포함돼 있다. 흐르는 물로 씻을 경우, 물방울에 의해 이들 균이 여러 곳으로 확산된다. 생닭은 씻지 말라는 얘기가 수년째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여전히 물로 헹군다. 안전보다 익숙함을 택하는 셈이다.
2019년 미국 농무부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는 성인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닭을 씻은 뒤 싱크대 주변에서 세균이 검출됐고, 일부는 사람의 입속까지 퍼졌다. 물에 씻는 순간부터 주방 전체가 세균에 노출된 셈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식품의약국은 생닭을 흐르는 물에 씻지 말고, 중심 온도 74도 이상에서 완전히 익히라고 안내하고 있다. FDA는 “고기를 씻는 것은 위험하고 불필요한 일”이라고 명확히 경고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세척 중 튄 물이 조리도구와 채소류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며 손 씻기와 내부까지 익히는 조리를 강조했다. 생닭을 만진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같은 조리도구를 반복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장된 생닭은 유통 전 살균 세척을 거쳤기 때문에 물에 다시 씻을 필요는 없다. 표면 오염이 우려된다면 닦아내는 정도면 충분하다. 가열만 제대로 하면 세균은 모두 제거된다.
생닭만 아니다… 물에 씻으면 안 되는 재료들
계란은 껍질에 큐티클이라는 보호막이 있다. 이 막은 세균이 내부로 침투하는 것을 막고, 내부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준다. 물로 씻으면 이 보호막이 사라져 세균 감염이나 빠른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 씻은 상태로 냉장고에 넣는 것도 좋지 않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물로 씻으면 고기 표면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익힐 때 육즙이 빠져나가고, 맛이 밋밋해질 수 있다. 겉면에 핏물이 많을 경우엔 실온에 잠시 두어 자연스럽게 핏물을 뺀다. 휴지를 이용해 겉면의 수분을 제거하는 것도 방법이다.
생선은 손질된 상태라면 물에 씻지 않아도 된다. 유통 과정에서 이미 세척이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겉면에 피나 이물질이 남아 있다면 소금물로 표면을 살짝 닦아내면 된다. 비린내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파스타면은 조리 전 씻는 실수가 종종 발생한다. 건면 상태에서 물에 닿으면 녹말 성분이 씻겨 나가고, 삶은 후 소스가 제대로 붙지 않는다. 조리법대로 삶은 뒤 물에 헹구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냉파스타처럼 식혀야 할 경우엔 가능하지만, 뜨거운 소스를 바로 입힐 때는 헹구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포도는 껍질째 먹는 특성상 세척이 중요하지만, 보관을 목적으로 할 때는 오히려 씻지 않는 편이 낫다. 물기를 제거하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먹기 직전에 흐르는 물로 짧게 헹군 뒤, 채반에 넓게 펴서 자연 건조시키는 것이 안전하다.
씻는다고 해서 위생이 확보되는 건 아니다. 식재료마다 수분 흡수력, 표면 구조, 보호막 유무, 열에 의한 살균 가능성 등이 다르다. 수분을 머금기 쉬운 재료는 씻으면 식감이 망가지고, 보호막이 있는 재료는 세균에 더 쉽게 노출된다.
이미 가열로 살균 가능한 고기류는 씻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무엇이 씻겨 나가고, 무엇이 남는지를 구분하는 일이다. 식재료는 성분별 특성과 조리 목적에 맞게 다뤄야 한다. 습관보다 구조를 먼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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