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4조원대 美 전기차 배터리 수주...아마존 창업자가 투자한 '슬레이트'와 손잡아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우측)과 크리스 바먼(Chris Barman) 슬레이트 최고경영책임자(좌측)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열린 슬레이트 신차 공개 행사 중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온 제공 [뉴스락]

[뉴스락] SK온이 미국 시장에서 배터리 공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투자를 받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와의 대규모 공급 계약을 통해 미국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SK온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Slate)'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SK온은 2026년부터 2031년까지 6년간 약 2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이는 준중형급 전기차 약 3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약 4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양사는 차량 생산량이 증가할 경우 상호 합의 하에 배터리 공급 물량을 추가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달 일본 닛산과 15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약 한 달 만에 성사된 것으로, SK온이 미국 시장에서 유망 스타트업까지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며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슬레이트는 2022년 미국 미시간주에서 설립된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최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슬레이트는 내년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2도어 전기 픽업트럭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차량의 가격은 2만 5,000달러(약 3,57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며, 이는 테슬라 사이버트럭(약 6만 달러부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슬레이트는 차량 제조공정과 디자인을 단순화해 판매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해당 픽업트럭은 한 가지 색상으로만 출시될 예정이다.

대신 도장 및 내·외장을 변경할 수 있는 DIY 키트가 제공돼 고객이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게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루프랙을 장착하거나 5인승 SUV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슬레이트의 전기 픽업트럭에는 SK온의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다. 

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성능 등 다방면에서 인정받은 제품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중요시되는 미국 시장에서 특히 수요가 높다고 SK온 측은 설명했다.

배터리 생산은 SK온의 미국 공장에서 이뤄진다. SK온은 2019년부터 미국에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해 공장 건설에 나섰고, 2022년부터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이후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며 고객사들의 신뢰를 쌓아왔다는 평가다.

SK온은 미국 시장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설정하고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에만 미국 내 생산기지 3곳의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2026년 말 기준 SK온 글로벌 생산능력 중 미국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할 전망이다.

SK온은 포드와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서 각각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조지아주 공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조지아 공장은 전체 생산라인 12개 중 9개에서 현대차·기아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는 현대차·기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번 파트너십은 SK온의 배터리 공급 차종이 중저가 모델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간 SK온은 주로 프리미엄급 차종에 배터리를 공급해 왔으나, 슬레이트와의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에게 고성능 배터리를 제공하며 전기차 대중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석희 SK온 대표는 "이번 협업은 SK온의 기술력과 미국 양산 역량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라며 "미국은 SK온의 핵심 전략 시장이며, 앞으로도 고품질의 현지 생산 배터리를 제공해 다양한 고객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