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미국이 전 세계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대대적인 상호관세 정책을 발효하며 글로벌 경제가 거센 충격파에 휩싸이고 있다.
중국,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 50여 개국에 기본 관세 10%에서 최대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각국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수년간 하락하고 각국 산업 전반에 부정적 파장이 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수출 감소, 성장률 둔화, 산업별 피해 등 연쇄적인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IMF가 지난 22일(워싱턴D.C. 9시 기준) 발표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 조처가 전세계 공급망은 물론 미국 경제의 생산성과 투자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8~2019년 1차 미·중 무역분쟁은 관세와 기술제재를 중심으로 전개됐고, 2025년 2차 분쟁은 첨단기술과 경제패권을 둘러싼 전면적 전략경쟁으로 확장됐다. 두 분쟁 모두 세계 경제와 공급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중 관세 치킨게임에 흔들리는 세계시장
미국은 지난 5일부터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적용하고, 9일부터는 베트남(46%), 태국(36%), 캄보디아(49%), EU(20%), 일본(24%) 등 주요 교역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의 상호 고율 관세로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철강, 농산물 등 주요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상호 수입규제 강화로 베트남, 멕시코, 인도 등 일부 신흥국은 대체 생산기지 및 수출국으로 부상할 기회를 얻었으나 미국의 보편적 관세 확대 정책으로 신흥국도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등 전략자원 수출 통제와 함께 미국산 에너지(석탄·LNG·원유) 수입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격 변동성과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면 중국의 신재생에너지·전기차·배터리 등 친환경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의 에너지 전환 및 탄소 중립 목표에도 부정적 영향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중국과의 경제적 거리를 둘 것을 압박했고,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향해 “미국의 대중 압박에 동조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자국 시장 접근 제한, 보복관세, 기업 제재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 23일(현지시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2~3주 이내에 중국에 대한 관세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하며 휴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래 싸움 사이 새우 되나, 한국 성장률 전망 절반으로↓
국내 경제는 여전히 높은 수출의존도를 보인다. 2024년 기준 전체 수출액은 약 6838억 달러로, GDP 대비 수출 비중이 35~40%에 달한다. 이중 중국(약 20%)과 미국(약 18%)으로, 두 나라가 전체 수출의 약 38~40%를 차지하고,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20~25%며, 이 중 2024년 기준 중국(홍콩 포함)으로의 반도체 수출 비중은 51%를 넘는다.
양국 간의 무역분쟁이 계속될 경우 국내 경제 타격도 불가피하다. 특히 자동차, 철강 등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미·중 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며 생산거점 이전, 원가 상승, 투자 지연 등 부담이 커질뿐더러 각 나라 모두 현지 생산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이는 곧 국내 생산 및 고용에 부정적 결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은 25%의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동안 유예하고, 대신 해당 기간 동안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다. 3월 12일에 철강, 자동차, 알루미늄 등의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지난 1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발표한 ‘글로벌 전망모형’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수출 경쟁국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수요 충격이 경제성장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는 한국으로 분석됐다. 이어 신흥 아시아, 유로 지역, 일본 순으로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충격은 재화나 서비스 수요가 일시적으로 크게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한은의 모형분석 결과, 미국 GDP갭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국내 GDP갭은 0.1%포인트 하락하는 반면 신흥아시아·유로·일본은 모두 0.04%포인트 하락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급격한 경기하강 시 한국의 성장률 충격이 다른 경제권보다 2.5배가량 크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가 1%포인트 하강할 때 한국의 성장률은 초기에는 0.14%포인트 하락하나 이후 1년 평균 미국과 똑같은 0.1%포인트 하락으로 수렴한다. 일본과 신흥 아시아는 0.03%포인트, 유로 지역은 0.02%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중국발 성장률 충격이 일본보다 3배 이상, 유럽국에 견줘서는 5배가량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중 무역분쟁 이후 IMF를 비롯한 해외 주요 IB와 전문가들은 국내 GDP 전망치를 재차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도 예정된 상호관세가 25%기 때문에 수출이 줄고 성장률이 내려가고 있다”며 “0%대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상호관세 25%가 매겨지느냐가 일차적인 부분이고 이차적으로는 결과적으로 이러한 관세에 따른 교역정책 내지는 B2B 투자의 불확실성 때문에 글로벌 교역량이 박살 나게 된다면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며 “성장률 0%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 내용과 관세가 얼마나 지속하는지, 그런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교역량이 꺾이는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90일 시한 속 협상 돌입…경제 리스크 해소는 ‘미지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오전 8시(한국 시각 24일 오후 9시) 워싱턴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와 첫 번째 ‘2+2’ 무역협상을 가졌다.
1시간 8분 만에 종료된 이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한국에 대한 25% 관세를 포함해 180개국 이상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본격적인 고위급 회담의 시작을 의미한다.
한국은 7월 8일까지 예정된 관세 유예기간을 활용해 미국과 협상으로 관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측은 미국이 90일 유예한 25% 상호관세를 완전히 철폐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명지대 경제학과 우석진 교수는 “기존에 한은이 내놨던 (성장률)전망치는 관세 영향을 작게 보고, 또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영향이 나타난다고 가정했으나 실제로는 영향을 더 크고 빠르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상황이 안 좋으므로 우리 수출은 관세가 아니더라도 추가로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경기 전망이 이대로 좋아진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협상이 잘 된다고 해서 이 국면이 빠르게 지나갈 것 같지 않다”고 부연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