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진통제 ‘이브’의 충격 반전
이제는 공항에서 압수당할 수도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우레아' 성분, 향정신성의약품
해외 약품, 효과만 보고 샀다간 낭패
[포인트경제] 일본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들의 쇼핑 리스트에 빠지지 않던 대표적인 제품, 이브(EVE) 진통제가 이제는 한국으로 들여올 수 없게 됐다. 관세청은 지난 4월 초부터 이브 시리즈 일부 제품의 국내 반입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했고, 실제로 공항 세관에서 적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브는 일본 SS제약이 1985년에 출시한 진통제 브랜드로, 생리통이나 편두통에 효과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고 '일본 여행 쇼핑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약국뿐 아니라 돈키호테나 마트 등 다양한 장소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기에, 단기 여행객들은 큰 고민 없이 이브를 구매해 귀국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당 진통제에 포함된 특정 성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브 A, 이브 퀵 등 일부 제품에는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우레아(Allylisopropylacetylurea)’라는 성분이 포함돼 있으며, 이 성분은 한국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문제 성분 포함으로 한국 반입이 금지된 이브 진통제ⓒ포인트경제 박진우 특파원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우레아는 진통 보조제로, 직접 통증을 줄이기보다는 중추신경계를 진정시켜 이부프로펜과 같은 진통 성분의 효과를 보조하는 기능을 가진다. 일본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감기약이나 진통제 등에 폭넓게 사용돼 왔지만, 한국에서는 의존성·중독성 우려로 인해 철저히 규제되고 있다.
관세청은 이 성분이 포함된 약품은 개인용도라도 반입이 금지되며, 적발 시 압수 및 폐기 처분은 물론, 위반 기록이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에는 여행 후 귀국하는 공항에서 이브를 소지한 채 세관에 적발돼 반입이 거절되고 경위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은 “국내 입국 시 개인용 의약품은 최대 6병, 혹은 3개월 복용량 이내로만 반입이 허용되지만, 향정신성 성분이 포함된 약물의 경우엔 반드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반입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역시 “자가 치료 목적이라도 반드시 별도의 취급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약사법 및 마약류 관련 법령에 따르면, 마약류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휴대하고 출입국하기 위해서는 ▲진단서, ▲입출국 증명서, ▲약품명 및 수량 등이 포함된 서류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고, 사전 승인을 득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에 따라 이브 진통제를 포함해 해당 성분이 포함된 ‘루루골드’, ‘파브론’ 등 일본 시판 약품 전반에 대해 반입 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브랜드 이름이나 인지도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며, 약품의 성분이 국내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선 통관 금지된 이브 진통제, 일본 현지 약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포인트경제 박진우 특파원
도쿄 신주쿠에서 만난 한 30대 한국인 여성 여행객은 이 소식을 처음 듣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브 진통제가 마약류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건 전혀 몰랐다. 늘 두통약으로 몇 개씩 사 가곤 했는데, 이제는 정말 조심해야겠네요.”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일반 소비자들이 ‘일반 진통제’로만 인식했던 제품이 실제로는 법적 규제 대상이라는 사실은, 해외 약품 구매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외국에서 허용된 약품이더라도, 한국에서는 통제 물질로 분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안에 대해, 단순히 판매 목적이 아니더라도 성분에 따라 ‘불법 반입’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최근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수면제, 감기약, 다이어트 보조제 등의 해외 반입 사례가 늘어나면서 관세청과 식약처는 공항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개인용 약품이라도 ▲개봉하지 않은 상태 ▲원포장 유지 ▲성분이 국내 허가 범위 내일 것 ▲1회 복용 기준 3개월 미만일 것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만 반입이 가능하며, 이 조건을 벗어나면 압수 및 처벌 대상이 된다.
이번 이브 진통제 반입 금지 사례는 해외 의약품 쇼핑에 익숙한 여행자들에게 큰 경고가 되고 있다. ‘잘 듣는다’, ‘일본에서 인기 많다’는 인식만으로 약을 구매했다가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관세청은 여행자들에게 “해외 약품 구매 전, 해당 성분이 국내에서 허용되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사전 신고나 승인을 통해 불필요한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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