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후(以後) 교육계 원로들에게 듣다] 정치 실종에 ‘이념 대립·불통 심화’… “민주시민 교육 강화, 법교육 대중화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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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以後) 교육계 원로들에게 듣다] 정치 실종에 ‘이념 대립·불통 심화’… “민주시민 교육 강화, 법교육 대중화 모색해야”

한국대학신문 2025-04-25 09:30:14 신고

3줄요약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한민국은 정치적 혼란과 깊은 사회적 분열을 겪고 있다. 교육계 원로 3인은 정치 양극화와 이념적 대립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통한 미래지향적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성낙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전 고려대 총장)·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사진=한명섭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한민국은 정치적 혼란과 깊은 사회적 분열을 겪고 있다. 교육계 원로 3인은 정치 양극화와 이념적 대립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통한 미래지향적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성낙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전 고려대 총장),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대한민국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국정의 주요 현안들이 표류하고 있다. 내외부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다. 더구나 정치권은 조기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탄핵 찬반 과정에서 갈라진 진보와 보수 간 첨예한 갈등 역시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립과 반목은 국가적 혼란과 위기를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국론 분열을 끝내고 통합과 화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둘로 쪼개진 국론을 봉합하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국민적 힘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심각한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이제는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아야 탄핵 정국과 경제 악화 등 복합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탄핵 이후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 진단과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 모색, 교육계 당면 현안과 해결 방안 등에 대해 교육계 원로들의 고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이 제시한 비전과 가감 없는 고언이 현 시국을 풀어가는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개별로 진행된 교육계 원로 3인(성낙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전 고려대 총장)·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가나다 順)의 인터뷰 내용을 묶어 좌담회 형식으로 기사를 정리했다.

#헌법재판소 판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전원일치로 인용한 지가 20일이 훌쩍 지났다.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 심판 선고까지 무려 122일간의 과정에서 불거진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헌재의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이번 탄핵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가를 제대로 짚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어려움을 계엄이라는 수단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던 판단은 엄청나게 잘못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대통령에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조건과 절차 또한 한계가 있는데, 법적 과정이나 절차 또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계엄을 선포했다. 불법 계엄 선포가 명백하기 때문에 헌재가 탄핵 소추를 인용한 법리적 판단은 명확하고 정당하다. 다른 한편 민주당이 총리, 방통위원장, 장관, 검사 등을 대상으로 탄핵을 남발하면서 국정을 어렵게 만든 상황도 분명하다. 헌재 스스로가 국회의 총리, 장관, 검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를 일종의 권력남용으로 기각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불행한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절대적 의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는 점에 대해 헌재 자신의 판결을 명시적으로 지적함으로써 경고 수준의 지적을 해줘야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헌재가 사회통합이라는 큰 목적을 깊게 고려했다면 불법 계엄에 대한 단죄와 함께 이 부분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입장 표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성낙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제가 재판관이라면 비상계엄령과 포고령만 심의했을 것이다. 비상계엄 발령 그 자체는 사법적 판단을 자제해야 하는 통치행위다. 하지만 비상계엄 발동요건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그런 점에서 헌재는 통치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를 어떻게,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판시와 더불어 비상계엄이 헌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적 행위임을 밝히면 된다. 이어서 발령한 포고령은 통치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 위배 여부를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헌법상 비상계엄의 발동요건인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보기 어렵다. 포고령 제1조의 국회 권한에 대한 제한도 위헌, 위법임이 분명하다. 나머지 사안들은 부수적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용 결정문은 쉽게 작성할 수 있겠지만 기각은 논리 전개에서 심각한 한계에 봉착했을 것이다. 오랜 심리 후 각하는 더욱더 불가능하다. 그만큼 탄핵은 인용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어찌됐든 헌재의 8대 0 결정은 잘됐다고 본다. 헌재의 존재 이유가 정치적 평화와 사회적 통합에 있기 때문에 탄핵이 기각 혹은 각하될 경우 우리 사회가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을 고려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중차대한 개별 논점에서 반대 의견이 한 명도 나오지 않고 보충 의견만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지점이다.”

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전 고려대 총장)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은 법이 규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헌법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도 이와 관련된 부분을 언급한 바가 있다. 예를 들어 헌법이 규정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데 헌재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았나. 헌재의 결정이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존중한다.”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사진=한명섭 기자)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사진=한명섭 기자)

#대한민국 현주소 진단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이 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은 걷혔다. 하지만 아직도 양분된 여론으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작금의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보나.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제가 사회학자로서 한국 사회의 변동에 대해 지난 30여 년 동안 쭉 관찰을 해보고 칼럼도 쓰면서 활동을 해왔다. 지금까지 보아온 여러 가지 이슈나 당시에 있었던 사회 세력들의 관계 등을 놓고 볼 때 지금이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 의식이 통합되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특히 정치 영역은 심각하다. 정치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어느 지점으로 국민 의사를 통합시켜 사회 통합으로 이룩해나가는 과정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항상 상대와 소통하고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해나가면서 공존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정치는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정하기보다는 박멸하고 추방하고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짓고 있는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 

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전 고려대 총장)  
“탄핵정국 속에서 극렬하게 대치됐던 탄핵인용파와 탄핵기각파 사이의 격렬한 투쟁방식은 4월 4일 탄핵인용 후에 일단 잠잠해졌다고 본다. 국무총리도 탄핵기각되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행 탄핵을 다시 한번 더 추진한다는 으름장만 있었기에 큰 다행으로 여겨진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6월 3일에 치러질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는(헌법 제66조 제1항)” 대통령선거를 총괄할 수 있도록 거대양당인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이 힘을 보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민들도 일상사에 매진해 국가의 안정에 도움이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성낙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비상계엄 선포로 국가적 위기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구축하고자 한 87년 체제는 뜻하지 않은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끝났다고 봐야 한다. 87년 체제를 종식하고 제7공화국 체제로 가야 한다. 2024년 총선 결과 87년 체제에서 처음으로 대통령 재임 중 단일야당이 의회의 다수파라는 상황이 연출됐을 때 동거정부를 한다든지, 아니면 어떤 형태들의 권력 분점이 이뤄졌어야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대통령과 국회라는 국민적 정당성을 가진 두 개의 기관이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끊임없이 부닥쳤고, 결국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까지 온 것이다.” 

#지도자의 덕목
현 시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꼽는다면.

성낙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현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톨레랑스(tolerance·관용)’를 꼽고자 한다. 사회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서 더욱 그렇다.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사람들은 절대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을 불필요한 존재로 간주하게 되면 바로 극단의 정치로 빠질 수밖에 없다. 지도자는 설령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한 번 더 삼켜 책임감 있는 언행을 해야 한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절제’와 ‘관용’이 몸에 배어 있어야 진정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말해버리거나 자신의 기분대로 행동한다면 그냥 시정잡배에 불과할 것이다.” 

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전 고려대 총장)  
“‘법의 지배(rule of law)’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요구된다. 다수결의 원리가 지배하더라도 늘 소수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법을 만들어야 모든 국민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 그런데 법률을 자신의 통치와 자신이 속한 정치집단에 유리하게 사용하려는 형식적 법치주의 즉, 법에 의한 지배(rule by the law)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현 정치권은 대오각성해야 한다.”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소통 능력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말할 수 없이 복잡해진 사회가 됐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카리스마를 가진 누구 한 사람이 끌고 나가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양한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해서 어딘가 합의점을 만들어내고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위한 조력자·동반자로 나아갈 수 있는 지도자의 덕목이 요구된다. 물론 싸울 때는 싸워야하겠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경청하고, 서로 협력하는 문화가 새로운 정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교육정책의 연속성·일관성 
윤석열 대통령 파면 여파로 윤 정부가 추진해 온 각종 교육개혁 정책들이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정책의 연속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어떻게 돼야 하는 게 바람직할까.

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전 고려대 총장)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지덕체를 가르치는 교육의 근본 방향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국가교육위원회가 백년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교육개혁이 빛을 발해 교육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 측면에서도 국가의 기본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추진했던 여러 가지 교육개혁 정책이 있는데 이중 하나가 AI교과서 도입 정책이 아닐까 싶다. 교육과정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학습, 교육격차 완화 등을 목표로 하는 윤 정부의 대표적 교육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AI가 화두다. 이 때문에 AI와 관련된 교육정책이나 해당 분야 인재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게 제 입장이다. 따라서 AI교과서 도입 정책과 관련된 교육 과정을 맡은 정책 담당자들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만 이 사람들이 소신껏 일하고 경쟁도 하면서 새로운 혁신에 나서는데,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교육개혁 정책들이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우려점이 클 수밖에 없다.”  

성낙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교육 정책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분야가 아니다. 정치적 환경이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정책 방향이 마련돼야 한다. 평생 대학인의 한 사람으로 살아오면서 또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교육을 정치적 실험대상으로 삼아와선 안 된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문제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 대입 제도 역사가 변화무쌍했고 정권 교체만 되면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등 입시제도 변경으로 일선 교육 현장은 혼란을 불러왔다. 교육에 있어서는 과격한 변화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 대입 제도가 일부 관변학자들의 섣부른 정책 제언으로 놀이터가 됐다는 지적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령, 도입 30년을 넘은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문제가 있다고 하면 시험 자체를 없애는 게 능사가 아니라, 문제가 되는 지점을 조금씩 바꿔가는 식의 교육정책이 바람직하다. 그간 외국의 좋다는 제도는 다 들여와서 실험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제 조용히 침잠하면서 점진적이고 순차적인 개혁에 집중할 때다.”

#과학기술 투자 및 인재 양성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결국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와 과학기술 인재 양성뿐이라는 주장이 강하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면.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R&D 기술투자나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관련된 이슈는 이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얘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몇 가지 사항만 언급하면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드릴 수 있겠다. 인공지능기술과 더불어 인류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집중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이것을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말고 분권화시켜 서로 경쟁할 수 있는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중국에 이공계 인재들이 조명받고 우대받는 사회풍조가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 전문인재들이 정치권 내에 들어와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국내 우수 인재들이 공과대학보다 법대나 의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물론 이러한 선택에 대한 나름의 현실적 이유는 있겠지만 기술 인력이 국가 지도자로 상당 부분 구성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국만 보더라도 명문대로 꼽히는 칭화대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고 이들이 정계로 입문해 국가 최고 지도자급으로 대거 등용되고 있다. 이공계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국가 정책들이 반영되고 과학기술 인재 유입 확대와 우대 문화 조성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전 고려대 총장)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증대하고 과학기술인재 양성에 국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성적 우수자들이 이공대에 진학하기보다 의과대학에 편중하는 국민들의 관심사를 바꿔놓아야 한다. 그 요체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을 지원하는 방책이 필요하다. 우선 학부모들이 ‘STEM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자녀들에게 ‘STEM 교육’을 시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 국가적 과제로 재정지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또한 우수 학생들의 해외유학을 지원하고 이공계대학 졸업생에 대한 병역특례제도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성낙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일부지만 윤석열 정부 당시 R&D에 카르텔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극히 일부 카르텔 때문에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정부 정책이 쉽게 바뀌면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 과학계가 윤 정부에 등을 돌린 이유도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정책 때문이었다고 본다. 무엇보다 연구자들에게 연구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왜 의대 쏠림현상이 나왔는지, 왜 의대 개혁은 안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전 고려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전 고려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위기 진단 및 교육적 해법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달성한 대한민국이 왜 이런 위기를 겪어야할까. 이념 갈등으로 빚어진 주요 쟁점을 교육적 해법으로 풀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전 고려대 총장)  
“도덕재무장 운동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어릴 때부터 대한민국 건국사와 헌법정신을 교육시키고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초·중등교육 과정에서부터 대한민국 건국사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헌법의 기본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국가관과 애국심을 갖추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고 생각이 다른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론분열의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앞장서야 하고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이뤄져야 한다.”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탄핵은 한국 사회에서 너무 큰 사건이었다. 탄핵의 앞면과 뒷면을 깊게 살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지 할지를 토론해야 한다. 우리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면밀히 들여다보고 분석해서 교훈을 얻어 미래로 나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치와 교육은 대단히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오늘날 정치 영역에서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치닫는 것은 극도로 부진한 정치문화에 기인한다. 이러한 정치문화를 개선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교육의 과제다. 넓은 의미의 교육이라는 것은 결국 우리가 민주사회를 운영하고 이끌어가는 건전한 시민을 육성하는 데 있지 않나. 학교 교육도 그냥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입시교육만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선량하고 능력 있는 시민들을 만들어가는 교육이 결국 정치 발전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성낙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헌법 제1조 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적시돼 있다. 탄핵 정국 속에서 정치적 혼란을 겪은 국민들은 헌법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법교육이 중요하다. 이른바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하고 싶다. 저는 20년 전부터 법무부와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해왔다. 저희 재단과 법무부가 손잡고 유치원, 초·중·고,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 한국법교육학회를 만들고 초대회장까지 지내면서 법교육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해 생활법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들이 합리적 사고력과 법적 소양을 갖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한편, 법교육 테마공원으로 ‘솔로몬파크’가 있는데 여기에서 법과 제도를 쉽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놓아 학생들과 교육당국의 호응이 매우 높다.” 

성낙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성낙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교육계 원로로서의 당부
교육 제도와 정치 영역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교육계 원로로서 한마디 해주신다면.

성낙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가치가 자유민주주의 아닌가. 이를 달리 표현하면 다원적 민주주의다. 다원적 민주주의 사회에선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 젊은이들을 보면 장점이 많다. 요즘 K컬처, K뮤직, K드라마, K뷰티, K푸드, K케미컬 등 ‘K-’로 시작하는 전성시대다. 이 모든 게 젊은이들이 무언가에 집중하고 열광해서 나오는 성과라고 여겨진다. 긍정적 현상이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그냥 주어진 것에 얽매여서, 먹고 사는 데 바빴다. 하지만 대한민국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 다르게 살아가야 한다. 특히 대학은 자유의 공기를 마시는 곳 아니겠는가. 자유가 없으면 대학이 아니다.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자유의 공기를 불어넣어줘야 하고 기성세대가 이른바 ‘꼰대’처럼 ‘이래라 저래라’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을 만들어주는 게 교육계 원로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전 고려대 총장) 
“먼저 가정에서 나만 잘 되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교육을 하는 가르침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타인과의 공동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가정교육이 잘 이뤄져야 한다. 유치원 입학생에게는 “나의 아이를 특별히 보살펴달라”라는 부탁이 아니라, 모두 함께 굳건히 성장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초·중등·고등교육에서는 “나만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돼야 한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우리들과 우리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헌법 전문)”할 생활 방식을 교육하고 실천해야 한다.”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하늘로 올라가는 논의를 하지 말고 땅으로 내려오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듣기 좋은 얘기만 한다고 해선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 땅으로 내려오려면 우리가 겪은 체험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지역 간의 대립과 갈등이 극심했다. 지역감정이 망국적인 병이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 같은 얘기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제 생각에는 진보와 보수라는 게 일종의 구호에 불과하다. 본질은 권력에 있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이 권력을 두고 극단적으로 싸우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역사 문제는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려고 하는가’ 이런 질문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는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젊은 세대가 많다. 극단적 분열이 아닌, 공존의 길로 가는 정치를 통해 이들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발전 에너지로 삼아야 한다. 상상해 보자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손을 잡고 미래를 향해 같이 걸어가는 대화와 소통의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프로필(가나다 順) 

■ 성낙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총장)
서울대 법대와 동 대학원 수료한 후 프랑스 파리2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교육개혁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 및 법관인사위원회 위원,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동아시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법학도의 필독서인 헌법학 제25판, 및 비법과생을 위한 헌법개론 제14판을 비롯해 헌법소송론, 헌법연습, 언론정보법, 우리 헌법읽기, 프랑스헌법학 등 저서 30여 권과 논문 200여 편을 썼다. 올해 2월에 김수환 전 추기경이 초대 이사장을 역임한 비영리공익법인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국민재단’ 제5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 이기수 한국법학원 원장(전 고려대 총장) 
독일 튀빙겐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4년 고려대 교수로 임용돼 법대학장, 법무대학원장을 거쳐 2008년부터 3년간 제17대 고려대 총장을 지냈다.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한국상사법학회 회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회 위원, 한미법학회 회장, 제3기 양형위원회 위원장, 대한중재인협회 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바른사회운동연합 교육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대학사회 현안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0월부터 국가원로회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으며, 법학교수로는 최초로 2022년 1월에  한국법학원 제16대 원장으로 선출됐고 2024년 2월에 제17대 원장으로 재선출됐다. 

■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 교수, 중국 길림대 객좌교수, 중국 북경대, 뉴욕 컬럼비아대학, 베를린 사회과학 센터, 파리 고등사회과학원의 초빙교수 등을 지냈으며 1998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제2의 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 상임위원, 1999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18대 대선평가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중산층이나 민중과 구별되는 참여지향적 성향의 ‘중민’(中民)을 사회개혁의 원동력으로 삼는 이른바 ‘중민(中民)론’의 제창자로 한국 중산층의 개혁성향을 이론화했다. 2010년 서울대에서 정년퇴임한 이후에도 한국 시민사회 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등 중민재단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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