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휴전 중재안을 제시하고 우크라이나가 따르지 않으면 발을 빼겠다고 위협하면서 미국이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각) 미국이 손을 떼도 유럽 각국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실제로 지원이 얼마나 이뤄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상대로 유럽과 함께 종전 협상을 추진해야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도 압박할 수 있다고 설득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와 JD 밴스 미 부통령이 23일 미 정부가 제시한 협상안이 최후통첩이라며 못을 박았다. 우크라이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이 손을 떼겠다는 경고도 했다.
미국의 협상안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유럽으로선 큰 좌절이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 정상적 외교 및 사업 관계 복원의 장애물로 여긴다.
◆유럽, 우크라이나 방어는 원칙의 문제
그러나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유럽의 앞날을 좌우할 근본적 문제로 본다. 국경을 무력으로 바꾸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50년 넘게 지켜온 원칙을 깰 수 없다는 것이다.
유럽 각국은 미국이 발을 빼도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다. 폴란드는 확실히 그렇게 할 것이고,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폴란드, 독일, 프랑스, 영국, 북유럽 국가들, 발트 3국 등 유럽의 주요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자국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보면서 지원을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완전히 몰아낼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우크라이나가 현재 지켜내고 있는 영토를 유지하고 러시아를 지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최소 2000억 달러(약 286조 원) 이상의 비용을 치러야 했으며 사상자가 거의 100만 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하더라도 정보, 방공, 위성 통신망과 같은 필수 요소들을 계속 제공할 것을 기대한다.
다만 시코르스키는 정보 지원 중단이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강요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밀 그랑드 유럽외교관계위원회 연구원은 “유럽 지도자 대부분이 어떤 식으로든 영토 양보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유럽이나 우크라이나에 강요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유럽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수 있는 종전 방식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안보 지원과 러시아 억제 수단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재정 및 군사 지원이 끊기더라도 유럽이 감당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협상안에 제시된 크름반도 러시아 합병 인정 조항은 러시아 동맹국인 중국조차 인정한 적이 없는 사안이다.
◆크름반도 내주는 건 유럽에 대한 배신
벨기에 유럽정책센터 파비앙 줄레그 소장은 “미국의 협상안은 기본적으로 러시아가 결코 얻지 못할 승리를 선물하는 것”이며 “우크라이나와 유럽 안보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림반도 합병을 인정하는 일이 “유럽 평화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안보 구조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비용은 유럽의 부를 감안하면 큰 규모는 아니다. 필요한 액수는 군사 원조와 재정 원조를 포함 연간 약 500~600억 유로(약 82조~98조 원) 정도다. 유럽은 이미 올해 400억 유로(약 65조 원)을 지원하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유럽 각국이 실제로 얼마나 지원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예컨대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이탈리아는 실제 자금 지원을 한 적이 거의 없다.
영국, 프랑스는 파병 등 직접적 군사 지원을 제안하고 있으나 재원 여력은 독일이나 폴란드보다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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