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 일원에게 경사가 생겼어요. 내 일처럼 기쁩니다. 가족 아닌 남인데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의롭고 실력 있고 사랑스러운 사람, 그리하여 절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내 일마냥 기분이 좋아지지요.
이런 감정만 느끼고 살면 삶이 기름질 텐데요. 세상이, 아니, 사람이 어디 그런가요. 정반대의 경우가 못지않게 많습니다. [잘코사니]라는 우리말 단어를 찾았습니다. '고소하게 여겨지는 일. 주로 미운 사람이 불행을 당한 경우에 하는 말'이라고 사전은 이 명사를 풀이합니다.
[아무도 잘코사니라고, 개 패듯이 더 두들기라고 부추기지는 않았다. ≪윤흥길, 묵시의 바다≫] [잘 속았소, 잘 속았어. 남을 속이더니 잘코사니이오. ≪홍명희, 임꺽정≫]라는 예문을 볼 수 있습니다.
미운 사람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길 때에 내는 소리라고 하여 감탄사로도 분류합니다. [잘코사니, 에이 시원하다. 우리네 호적을 저희네 밭문서로 삼아 곡식을 마음대로 앗아가더니, 에라 잘됐어. ≪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하는 문장이 쓰인 바 있네요.
얼마나 미웠으면 저럴까요? 그 마음이 어렵지 않게 읽힙니다. 잘코사니와 같은 뜻의 서양말이 있어 놀랍니다. Schadenfreude(샤덴프로이데)라는 독일어 명사입니다.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고소해 하는] 마음'이 사전의 정의입니다. Schaden(손해 손실 손상 불이익 피해 화<禍>)과 Freude(기쁨 환희 즐거움)가 이룬 합성어입니다. '남이 잘못되는 것을 보는 기쁨이 최고의 기쁨이다'(Schadenfreude ist die reinste Freude)라는 문장을 사전이 첫 번째 예문으로 실은 데서 보는 것은 인간 심리의 일단입니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이 한국에 0-2로 져 예선 탈락한 소식을 전하며 샤덴프로이데를 제목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한국이 독일을 물리쳐주었으니 영국은 '잘코사니!' 했던 것이겠지요. 사람들 감정은 비슷한가 자문하던 차에, 그것이 모여 역사로 얽히고설켜 응어리진 집단정서는 오죽하겠느냐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한 일화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경향신문, <여적> '국뽕'중계, 편파해설 (수정 2018.07.04 22:34, 이기환 논설위원) - https://www.khan.co.kr/article/201807041546001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네이버 독일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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