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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 중 예비비 증액에 대해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예비비는 예산을 편성할 당시 예측할 수 없는 재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이다.
정부가 지난 21일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에는 재해·재난 대응을 명목으로 예비비 1조 4000억원이 담겼다. 이 중에서 4000억원은 사용 목적에 제한이 없는 일반 예비비다. 나머지 1조원은 재해·재난 대응, 의무지출 사업 등 지출 목적이 정해져 있는 목적 예비비다.
이처럼 정부가 추경안에 일반 예비비를 편성한 건 이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출된 추경안은 총 10번이었는데, 이 중 예비비가 포함된 건 7번이다. 이들은 모두 목적예비비의 증액으로 일반예비비의 증액이 포함된 적은 없다.
목적예비비도 대부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됐다. 2021년도 제1회 추경안, 2022년도 제2회 추경안을 제외하면 각각 △2000억원(2018년도 1회) △ 3500억원(2020년도 1회) △1400억원(2020년도 제3회) △500억원(2020년도 제4회) △4000억원(2022년도 제1회) 예비비가 삭감됐다.
민주당은 현재 있는 재해·재난 대책비만 활용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진정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부처별로 흩어진 재해재난대책비가 9200억원인데, 가용예산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걸 우선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예비비 자료 제출 안 하면 절반 삭감
정부가 예비비를 검토하기 위한 세부내역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일반적인 예산은 국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집행이 이뤄지지만, 예비비는 총액 내에서 정부가 재량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제한 없이 쓸 수 있어 자칫 ‘쌈짓돈’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자료도 제대로 내놓지 않으면서 예비비를 또 늘리겠다고 하고, 예비비 삭감했다고 국회를 비판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번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예비비 50%를 삭감하겠다”고 지적했다.
예정처 역시 “이번 추경안 심의과정에서 정부는 예비비 증액의 적정성에 대해서 국회가 면밀히 심사할 수 있도록 예비비 집행 내역을 국회에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에서는 예비비 증액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일반예비비는 통상분쟁 등 대내외 경제·정책여건 변화에 대응할 예측 불가능한 긴급한 소요뿐만 아니라, 목적예비비 소진 시 재해·재난 대응 등에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목적예비비가 소진됐던 2022년, 2020년에는 태풍·수해 피해 복구 지원에 일반예비비를 각각 5696억원, 2050억원 사용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추경안대로 일반예비비가 증액되더라도, 지난해보다는 40% 줄어든 수준”이라며 “예비비는 관계부처 협의, 국무회의 심의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집행된다”고 설명했다.
◇예비비 집행 내역 보고하도록 제도 개선 요구도
예비비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연도 중 주기적으로 국회에 예비비 집행 내역을 보고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의 집행 자율성을 부여하는 다른 예산 제도들도 모두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이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정책사업 간 예산을 상호 융통하거나 변경해 사용하는 이·전용은 분기별로 이용 및 전용 내역을 국회 소관 상임위와 예결위에 제출하게 돼 있다. 기금운용계획 자체 변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 의원은 예비비 사용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예비비 사용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소관 상임위나 예결위의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집행된 예비비의 세부 내역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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