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을 싫어하는 선수는 몸이 반응 안한다" 이재성이 챔스를 꿈꾸게 한 괴짜 감독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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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을 싫어하는 선수는 몸이 반응 안한다" 이재성이 챔스를 꿈꾸게 한 괴짜 감독의 철학

풋볼리스트 2025-04-24 19:45:00 신고

이재성(마인츠05).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재성(마인츠05).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최근 5연속 무승으로 주춤한 상황이지만, 이재성이 에이스로 활약 중인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 마인츠는 아직 2025-202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노릴 수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 4위 도약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 돌풍의 중심에는 한때 잉글랜드 하부리그의 무명 스트라이커였던 보 헨릭센 감독이 있다.

위르겐 클롭도, 토마스 투헬도 이루지 못했던 마인츠의 4위권 진입을 이끈 사령탑 보 헨릭센은 현연 선수 시절 잉글랜드 4부리그에서 활동했고, 최근 감독으로 이룬 성취를 영국판 스카이스포츠에서 단독 인터뷰와 함께 집중해부했다.

위르겐 클롭과 토마스 투헬을 배출한 마인츠의 또다른 스타 감독 헨릭센에 대해 스카이스포츠는 ‘긍정적으로 미친’ 덴마크인이라고 묘사했다. 오는 주말 바이에른뮌헨과 2024-202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31라운드 경기는 바이에른의 우승 확정을 마인츠가 가로막으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희망을 살려야 할 분수령이 되는 경기로 주목이 높다.

“믿어줘야 믿는다… 무너진 팀에 문화를 심다”

2023년 봄,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05는 침몰 직전의 배에 타고 있었다. 리그 13경기를 남기고, 강등권과의 격차는 무려 승점 9점. 그들을 살려낼 거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절망의 순간에 나타난 덴마크 출신 감독 한 명이 클럽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긴 머리카락에 정장을 잘 입지 않는 유쾌한 성격, 드레싱룸에서 춤을 추는 지도자 헨릭센. 흔히 말하는 ‘전술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가 이룬 성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단지 마인츠를 잔류시킨 것만이 아니라, 지금 이 팀을 챔피언스리그 문턱까지 올려놓았다.


보 헨릭센이 마인츠에 부임했을 당시, 팀은 공포와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그는 그 감정을 걷어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선수들이 자신답게 플레이하고, 실수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어야 했어요. 축구는 자유로워야 하거든요.”

이는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부임 후 두 번째 경기, 마인츠는 당시 무패를 달리던 레버쿠젠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 중 골키퍼 로빈 젠트너가 어이없는 실수로 실점을 허용했다. 대부분의 감독이라면 공개적으로 질책했을 상황. 그러나 헨릭센은 달랐다. 그는 젠트너에게 “다음 주에도 넌 뛴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 골키퍼는 지금까지 단 한 경기도 빠지지 않았다. 믿음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전술보다 중요한 ‘관계의 힘’

헨릭센은 흔히 '모티베이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동기부여는, 단순한 열정과 외침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를 맺고, 인간을 신뢰하며,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감독을 싫어하는데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요? 길어야 6개월입니다. 그 이후엔 몸이 반응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는 드레싱룸에서 춤도 추고, 웃고 떠든다.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그저 ‘기분이 그래서’ 한다. 선수들이 그를 ‘긍정적으로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가 미드필더 나딤 아미리다. 헨릭센 부임 후 환골탈태하며 독일 대표팀에 5년 만에 복귀했다.

“아미리는 말하더군요. ‘이런 감독은 처음이에요.’ 아마 제가 ‘정상적인’ 감독처럼 안 보여서 그런 거겠죠. 하지만 저는 저 자신일 뿐입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독점 인터뷰를 가진 보 헨릭센 마인츠 감독

 

“전술은 스태프와 함께, 문화는 감독이 만든다”

그렇다고 그가 전술에 무관심한 지도자는 아니다. 그는 오히려 자신보다 더 뛰어난 분석가, 전술가를 팀에 끌어모으는 능력이 탁월하다.

“요즘은 분석관, 수석코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잖아요. 디테일은 그들이 돕습니다. 저희 스태프는 정말 탁월해요. 하지만 문화를 만드는 건 결국 감독의 몫입니다.”

과거 마인츠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축구를 했다. ‘높게 차고 뛰는’ 스타일이 전부였다. 헨릭센은 그것부터 바꿨다. 실제로 마인츠는 ‘높이 차고 달리는’ 단조로운 축구에서, 하프스페이스를 활용하고,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전환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 축구팀으로 변모했다. 이 스타일은 요나단 부르카르트 같은 공격수의 부활로 이어졌고, 팀 전체의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우리는 지금 하프스페이스를 활용하며 찬스를 만듭니다. 강한 압박, 높은 템포. 지금 우리는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플레이 강도가 높은 팀 중 하나죠.”

그의 손을 거친 선수들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대표적으로 공격수 부르카르트는 헨릭센 부임 전까지 21경기 1골에 그쳤지만, 올 시즌엔 리그 득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키더민스터에서 시작된 ‘인간’의 축구

많은 이들에게 의외일 수 있지만, 헨릭센은 잉글랜드 4부리그 키더민스터 하리어스의 레전드다. 그는 팀의 리그 통산 최다 득점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축구’보다 더 중요한 걸 배웠다.

“그곳은 마지막 기회의 무대였어요. 실패하면 공장에 가야 했죠. 그런 절박함이 사람들을 진심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경기에서 다이빙으로 페널티킥을 유도한 적이 있다. 경기 후, 주장 숀 플린은 그를 라커룸 벽에 몰아붙이며 질책했다. “다시는 내 팀에서 뛰지 말라고 했죠. 이기더라도 정직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마인츠를 잔류시킨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일이었다. 하지만 헨릭센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다음이 더 힘들었다. 주전 선수들이 이적하면서, 팀 내부에 다시 불안이 번졌다.

“선수들이 ‘우리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나’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어요. 그걸 이겨내는 게 더 큰 기적이었습니다.”

겨울엔 7경기 중 6승을 거두며 반등에 성공했고, 바이에른 뮌헨을 두 번이나 잡으며 유럽행 희망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마인츠의 스포츠 디렉터 크리스티안 하이델은 그를 “모티베이션의 천재”라고 부른다.

“이제 남은 건 역사뿐” 클롭과 투헬도 이루지 못한 대업을 바라본다

헨릭센은 그저 팀을 잔류시킨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핵심 자원들이 이적한 뒤에도 그는 새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시즌 2년 차였어요. 선수들이 ‘또 처음부터 시작이구나’ 하고 무너질 뻔했죠. 하지만 우리는 다시 일어섰고, 더 강해졌습니다.”

이번 시즌 마인츠는 바이에른 뮌헨을 두 차례 잡고, 7경기 중 6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이제 남은 건 유럽 진출. 나아가, 챔피언스리그 무대까지.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않았어요. 하지만 놀라운 시즌을 보냈습니다. 이번 주말 바이에른을 다시 꺾는다면… 그땐 진짜 역사가 될 수 있겠죠.”

보 헨릭센. 그는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 말한다. 단지, 자기 자신일 뿐이라고. 하지만 지금 유럽은 그의 비범함을 주목하고 있다. 마인츠의 동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끝은, 클롭도 투헬도 이르지 못한 곳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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