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 승리 후 전희철 서울 SK 나이츠 감독의 표정은 예상과 달리 어두웠다. 그리고선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두고는 이례적으로 선수들을 공개 질타했다.
SK는 올 시즌 최고의 정규리그를 보냈다. 역대최단 기간인 46경기 만에 정규리그 우승(41승 13패)을 확정 지었다. 이후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며 4강 PO를 준비했다. 반면 정규리그 4위(33승 21패) 수원 KT 소닉붐은 6강 PO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와 5차전 혈전을 벌인 끝에 4강 PO 티켓을 거머쥐었다.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6강 PO 1차전 홈 경기는 체력의 이점이 있는 SK의 우세가 예상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 내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SK는 1쿼터에서 KT 에이스 허훈을 억제하지 못하면서 11-21로 리드를 내줬다. 이후 3쿼터가 돼서야 경기를 뒤집었다. 이후 리드를 잘 지켜낸 SK는 65-61로 이겼다.
한국농구연맹(KBL)에 따르면 역대 프로농구 4강 PO 1차전 승리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건 54회 중 42회다. 이날 승리로 SK는 77.8%의 확률을 잡았다.
경기 후 만난 전희철 SK 감독은 역전승에도 불구하고 웃음기를 내보이지 않았다. 그는 “진흙탕 경기를 했다. 생각보다 경기 감각이 올라오지 않았다. 다음 경기는 이런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겠다”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전희철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지적했다. 그는 “프로라면 이런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들어가면 안 된다. 선수들에게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프로 선수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은 프로다워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에게 실망했다”고 쓴소리했다.
SK는 이날 1쿼터에 경기가 풀리지 않자, 팀플레이보다는 개인플레이를 우선시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SK가 자랑하는 빠른 패스 플레이 대신 무리한 드리블과 슈팅 위주로 경기를 풀어갔다. 물론 효율은 좋지 않았다. 1쿼터에 SK는 3점슛 8개를 쐈는데 한 개만 넣었다. 필드골 성공률은 25%(20회 중 5회 성공)에 머물렀다.
전희철 감독은 “선수들이 본인을 위해서 경기를 뛰었다. 누구라고 꼬집지는 않겠다. 하지만 팀 전체가 왜 그런 생각을 갖고 뛰었는지 모르겠다. 동료가 없으면 아무리 잘해도 좋은 농구를 할 수가 없다. 다들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질책했다.
전희철 감독은 저조한 자유투 성공률(18개 시도 8개 성공·44%)도 언급했다. 그는 “44%가 나왔다는 건 프로 선수로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모든 선수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는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반성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참 김선형도 작심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코트 위에서 불만을 나타내는 모습이 나왔다. 선수의 덕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만만 내비치다 보니 경기에 집중을 못 했고, 팀 분위기도 이상해졌다”면서 “농구는 팀 스포츠다. 개인이 불만을 나타내면 같은 팀 선수들이 안 좋은 영향을 받는다. 감독님께서 상황을 보셨기 때문에 잘 잡아주길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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