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음식 섭취로 충분한 철분을 얻지 못해 발생하는 세계 200여국의 질병 부담을 연구한 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연령별로는 6~11개월 영아와 고령층, 지역에선 남아시아·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이 음식 섭취를 통한 철 결핍이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전 세계 204개국의 글로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식이 철 결핍(dietary iron deficiency)’에 의한 질병 부담을 연도, 성별, 연령 등으로 분석한 결과를 24일 밝혔다. 워싱턴대학교 보건계량평가연구소(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 IHME), 게이츠 재단, 하버드의대 등 세계적 연구팀 9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식단 섭취 부족에 의한 철 결핍을 독립 변수로 설정했다. 전 세계 질병 부담을 추적한 데이터인 ‘세계질병부담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 2021, GBD 2021)’를 기반으로 1990년부터 2021년까지 30년간 식이 철 결핍으로 인한 빈혈 증상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유병률과 질병 부담을 수치화한 '장애 보정 생존연수(Disability-Adjusted Life Years, DALY)' 지표로 정량화해 분석한 첫 사례다. 장애 보정 생존연수는 질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으로 손실된 수명(YLL)과 질병으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기간(YLD)을 합한 값을 의미한다.
2021년 기준 식이 철 결핍으로 인한 전 세계 연령 표준화 유병률은 인구 10명당 1만6434.4명, 장애 보정 생존연수는 423.7명으로 추산됐다. 유병 인구는 약 12억 7천만 명에 달했고, 여성의 유병률이 남성 보다 두 배 높았다.
연령별로는 6~11개월 영아와 고령층, 지역 기준에서는 남아시아 및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이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나타났다. 또 1990년 이후 식이 철 결핍의 부담은 다소 감소했지만,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 간의 격차는 여전히 심각했다. 여성의 질병 부담 감소 폭은 남성보다 낮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악화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식품 다양성의 부족, 보충제 접근성의 한계, 식품 가격 인상 등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철 결핍은 WHO가 지정한 해결 시급한 글로벌 보건 이슈다. 또 유엔(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WHO 2025 글로벌 영양목표(Global Nutrition Targets)에 포함됐을 만큼 국제사회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과제다. 연 교수 연구팀의 연구는 이런 국제 목표에 부응하는 최초의 과학적 정책 기반 연구다.
이번 연구는 철 결핍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WHO, 각국 보건기구의 영양개선 및 공중보건 정책 수립에 실질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여성과 아동, 저소득 국가 인구에 대한 건강 개입의 우선순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국제개발 실무 현장에서의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동건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경희대가 글로벌 보건의료 컨소시엄의 중심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WHO의 글로벌 영양목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관심과 국제적 경각심이 절실한 시점에서 이번 연구가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이수지 학생은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으로 SCI급 논문을 20편 이상 출판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가 의료 정책 결정에 큰 도움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희대 의과대학 본과 4학년으로 학부 연구생 프로그램에 참여해 데이터 해석, 논문 작성 등 전 과정을 주도했다. 학부 연구생 프로그램은 학부생들이 연구 주제를 설정해 교수진의 지도를 받으며 연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가 발표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5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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