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트로트는 한국 대중음악의 오랜 뿌리다. 1930년대부터 시작된 이 장르는, 서민의 삶을 닮은 가사와 정감 어린 멜로디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특히 60~80년대, 어머니 세대에게 트로트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생의 위로였다.
남진, 나훈아, 이미자, 심수봉, 주현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들의 노래는, 어머니의 청춘을 그대로 품고 있다.
남진의 ‘가슴 아프게’,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 그리고 나훈아의 ‘고향역’은 그 시절 어머니가 가슴으로 부르던 인생의 노래였다.
시장 가는 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색. 밤잠 설치며 집안인을 하던 새벽, 조용히 틀어놓은 멜로디. 트로트는 그렇게 어머니의 하루를 함께했다.
그 시절의 어머니들은 말이 없었다. 말보다 더 많은 것을 품은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 최근 트로트는 젊은 세대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 '모래 알갱이'는 어머니의 인생을 위로했고, 송가인의 ‘엄마 아리랑’은 눈물 젖은 가족사를 다시 꺼내놓았다. 여기에 클래식과 트로트를 넘나드는 감성으로 주목받은 손태진은 ‘참 좋은 사람’, ‘당신의 카톡사진’으로 담백한 감동을 전한다. 맑은 음색과 밝은 에너지로 사랑받는 이찬원은 ‘풍등’, ‘참 좋은 날'로 트로트의 따뜻한 정서를 지금 세대에게도 전하고 있다.
이어 정동원, 박지현, 전유진, 박서진, 김용빈까지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젊은 트로트 스타들이 등장하며, 트로트는 '올드'한 음악이 아닌, '세대를 잇는 공감의 음악'으로 거듭나고 있다.
어머니와 자녀가 같은 노래를 함께 부르는 풍경은, 트로트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정서적 자산임을 보여준다.
트로트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시대에 맞춰 옷을 갈아입을 뿐이다. 그 긴 시간 동안, 트로트를 지켜온 사람들은 바로 우리 어머니들이었다.
그 노래가 흐르면 우리는 억척스럽게 살아온, 살아가고 있는 그 시절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웃으며 참았던 눈물, 굳은 손으로 지켜낸 가족, 트로트는 어머니의 이야기다. 아울러,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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