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을 앞두고 한국의 대중 무역 제재 참여가 협상 의제로 꼽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중 제재에 동조하는 제3국에 대한 보복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정부는 곤혹스러운 외교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국과 ‘2+2 통상협의’에서 한국의 대중 무역제재 동참이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과 ‘2+2 통상협의’를 진행한다. 한국 측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동수석대표로 나서며, 미국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이번 통상협의의 공식 의제로 거론되는 사안은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 동참을 비롯해 △조선산업 협력 △소고기·쌀 쿼터 조정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비관세 장벽 개선 등 5개 항목이다.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 철강 등 첨단 제조업의 자국 내 유치를 위해 관세를 외교·산업 전략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일시적 대응이 아닌 구조화된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관세 유예 90일 내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고율 관세 적용으로 인한 직격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벌써부터 미국의 관세정책 영향으로 한국의 수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338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 줄어들었다. 특히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했다.
문제는 한국의 산업 구조가 양국 어느 쪽에도 일방적으로 기울 수 없다는 데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양국 모두 중요한 통상 교역국이다. 한국의 지난해 수출 상위 1위와 2위국은 각각 중국(19.5%)과 미국(18.7%)이었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배터리, 조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핵심 원자재와 소재는 중국 의존도가 큰 편이다. 예컨대 흑연·리튬·희토류 같은 원소재는 대부분 중국에 공급망을 두고 있다. 철강·기계·화학 산업도 중국 시장과의 연계성이 높아,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더해 중국은 미국의 ‘반중 블록화’ 전략에 가세하는 국가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공언하고 나선 상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0일 “중국의 이익을 희생하며 협상을 체결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상응하는 방식으로 단호히 반격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과거 사드(THAAD) 사태 때 중국은 한국에 대해 관광·유통·문화 등 민간 전방위 보복에 나선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균형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중국과 미국 시장 전부 우리나라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반도체나 자동차, 이차 전지, 철강 등 모든 산업에서 무시할 수 없는 국가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흔히들 탈중국이냐 아니냐, 양자택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굉장히 위험하다. 현실적으로 미·중 어느 한 곳과의 통상에 일방적으로 기우는 것은 불가능하며 국익 관점에서 양국과의 균형 있는 외교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한미 관세 협상 의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협상 의제는 미국과 조율을 통해 정해지는 것"이라며 "대중 무역제재 동참 등이 의제로 정해질지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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