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현요셉 기자] 우리은행이 창립 이래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백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반복되는 가운데, 전임 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스캔들까지 터져 나왔다. 여기에 현직 노동조합 위원장의 조합비 횡령 의혹마저 불거지면서, 우리은행의 문제는 단순한 금융사고를 넘어 리더십 부재, 뿌리 깊은 조직 문화 병폐, 총체적인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위기임이 드러나고 있다.
◇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내부통제 강화’ 구호는 공허했다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2년 본점 직원이 8년간 약 712억 원을 횡령한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후 은행 측은 내부통제 강화를 수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2023년에는 지점 직원의 공과금 횡령(5200만 원)과 외환거래 자금 횡령(9000만 원)이 있었고, 2024년 6월에는 경남 김해지점에서 직원이 대출 서류를 위조해 약 179억 원을 빼돌려 해외선물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700억 원대 횡령 이후 내부 감사 조직을 강화했다는 조병규 현 행장의 노력이 무색하게 2년도 채 되지 않아 터진 대형 사고였다. 반복되는 사고는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여전히 구멍 뚫려 있으며, 직원들의 윤리 의식 또한 심각한 수준임을 방증한다.
◇ 전임 회장 친인척 350억 부당대출 의혹…최고위층까지 번진 ‘모럴 해저드’
실무 직원의 일탈을 넘어, 전임 최고 경영진의 도덕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2024년 9월 검찰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처남 김모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횡령 등 혐의로 체포했다. 김 씨는 손 전 회장과의 관계를 이용해 우리은행으로부터 350억 원 규모의 부당한 특혜성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20개 업체에 총 616억 원을 대출했으며, 이 중 350억 원이 부당대출로 판단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손 전 회장은 재임 시절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던 인물이다. 최고위층에서부터 내부통제 원칙이 무너졌을 수 있다는 의혹은 우리은행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례적으로 우리금융 계열사에 대한 정기검사 시기를 앞당기며 사태의 심각성을 주시하고 있다.
◇ 경영진 책임론 확산…뿌리 깊은 ‘나눠먹기 문화’ 비판도
잇단 사고와 스캔들에 현 경영진 책임론도 거세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 이후 "전적으로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조병규 행장의 내부통제 강화 노력 역시 실효성 없는 '헛구호'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로 우리은행 특유의 조직 문화가 지목된다. IMF 외환위기 당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역사 속에서, 출신 은행 간 파벌주의와 '끼리끼리 나눠먹기' 문화가 고질병처럼 이어져 왔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과연 발본색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끼리끼리 나눠 먹기 문화가 팽배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경영진의 책임과 개혁 의지를 문제 삼았다. 이러한 조직 문화가 건강한 내부 견제와 감시 시스템의 작동을 막고, 일부 직원의 '도적 심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 노조위원장마저 횡령 의혹…조직 전반에 퍼진 ‘윤리 불감증’
설상가상으로 은행 직원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노동조합마저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현 박봉수 노조위원장이 조합 행사 비용을 부풀려 1천만 원 이상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동료 노조 직원들에 의해 지난 17일 서울경찰청에 고발당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돈을 다시 채워 넣었다"며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이는 노조 내부 갈등과 맞물려, 우리은행 조직 전반에 윤리 불감증이 만연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총체적 난국’ 우리은행, 시스템 넘어 문화 혁파해야
현재 우리은행이 처한 상황은 단순한 금융사고의 반복을 넘어선 총체적 위기다.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패는 물론, 전·현직 경영진의 책임 문제, 노동조합의 도덕성 논란, 그리고 파벌주의와 윤리 의식 부재라는 구조적 병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정비를 넘어선 근본적인 쇄신이 요구된다. '나눠먹기'로 상징되는 낡은 조직 문화를 혁파하고, 강력한 윤리 경영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현 경영진이 진정성 있는 개혁 의지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때다. 우리은행이 뼈를 깎는 자성과 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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