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앞에서 삭발한 교수들…"평생 학습권 보장하라"

[이데일리 허윤수 기자] 제주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교수 삭발식을 통해 미래융합대학의 정상화와 성인 학습자의 평생 학습권 보장을 촉구했다.

제주대 미래융합대학 김상미(오른쪽) 교수와 이호진 교수가 23일 오후 총장실이 있는 산학협력단 건물 입구에서 성인 학습자 평생학습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융합대학 실버케어복지학과 김상미 교수와 부동산관리학과 이호진 교수는 이날 오후 제주대 총장실이 있는 산학협력단 건물 입구에서 동료 교수와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삭발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미래융합대학 파행 운영을 중단하고, 청년 학습자 평생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비대위는 “대학 본부는 라이즈(지역혁신 중심 대학운영체계·RISE) 사업 공모 계획서에 독단적으로 ‘대학의 평생교육 학위 과정 고도화’ 사업 지원을 배제하고 도청에 제출했다”며 “이와 함께 학과 조교 계약 만료, 비전임 교수 면직 가능성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 회의에서 대학 측은 ‘일·학습 병행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며 총장과 부총장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발언했다”며 “라이즈 사업 계획 제출은 의사결정권자의 권한이라고만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제주대는 지난 2016년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라이프) 중 평생교육단과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돼 2017년 3월 미래융합대학을 신설했다.

미래융합대학은 건강뷰티향장학과, 관광융복합학과, 부동산관리학과, 실버케어복지학과로 구성됐다. 학과별 입학 정원은 정원 내 10명과 정원 외 28~31명으로 재학생 대다수는 40~50대의 만학도다. 운영 인력은 기금교수 8명을 포함한 교수 10명과 자체 직원 6명을 포함한 직원 8명이다.

제주대 미래융합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23일 오후 총장실이 있는 산학협력단 건물 입구에서 교수 삭발식을 하고 나서 성인 학습자 평생학습권 보장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성인 학습자 및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신입생 및 재학생 충원의 한계로 지속적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 측이 밝힌 지난해 미래융합대학 정원 외 신입생 충원율을 49.6%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라이프를 포함한 지역혁신(RIS), 산학협력(LINC 3.0), 전문직업교육(HiVE), 지방대 활성화 사업 등 기존 5가지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을 종료하고 올해부터 라이즈 사업으로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

라이즈 사업은 교육부가 그동안 대학으로 직접 지원하던 재정을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내고 지자체가 대학의 사업 계획서를 받아 지원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제주대가 오는 25일까지 제주도에 라이즈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미래융합대학 교수와 학생들은 성인 학습자를 위한 학사학위 과정을 사업 계획서에 넣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대학 측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평생교육과 관련한 사업을 지속해 실시하고, 현재 재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차질 없이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