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국민의힘 조기대선 경선이 4강 체제로 진입한 가운데, 당의 최대 기반 중 하나인 TK(대구·경북) 정치권의 움직임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안철수 등 4명의 후보가 본선 진출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TK 정치권은 일제히 관망 모드로 들어간 모양새다.
특정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 선언이나 캠프 합류 움직임 없이 침묵을 지키는 현역 의원들의 행보는 단순한 전략적 중립을 넘어, 경선 구도 자체에 대한 회의와 미래 가능성에 대한 복잡한 셈법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대선 캠프 합류, TK 정치권 일부 인사에 국한
현재 대구·경북 지역 현역 의원은 25명에 달하지만, 대다수는 대선 경선 캠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당직과 대선준비위원회 활동 등 공식 직무를 맡고 있는 의원들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캠프 합류가 가능한 의원도 극히 제한적이다. 대선준비위에만 TK 의원 6명이 포진되어 있으며, 김상훈, 임이자, 이상휘, 강대식, 권영진 의원 등은 당직자 신분으로 사실상 캠프 참여가 금지된 상태다.
이 때문에 실제 캠프에 합류한 TK 의원은 손에 꼽힐 정도다. 홍준표 캠프는 당초 7명의 의원이 선대위에 합류했다고 발표했으나, 이 중 당직을 맡고 있는 3명이 이를 부인하면서 최종 합류 인원은 4명으로 수정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문수 캠프 역시 이철우 경북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 등 중진 인사들과의 통화를 공개하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캠프 합류는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로 나경원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만희 의원도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경원 의원과는 20대 국회이래로 어려움을 함께 겪어온 인연이 있어 도왔을 뿐"이라며 "(나 의원이 탈락한 이상) 아직 어느 캠프를 도울지 결정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한동훈 후보 캠프에는 양향자 의원과 김성원 의원이 합류하며 비교적 조직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의원은 "보수의 품격을 지키는 후보"라며 한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TK의원들의 침묵 배경... '본선 경쟁력' 에 대한 회의감
TK 지역 의원들이 일제히 관망세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현재 경선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회의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대구 지역의 한 재선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결국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가 문제"라며 "이번 경선 구도에서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의원도 이날 "지금 캠프에 참여한 TK 의원들은 해당 후보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며 "대부분의 의원들은 관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지역 한 초선 의원 역시 "한동훈 후보가 탄핵 찬성표를 독식하기 어려워진 이상, 결선 진출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10여명의 TK의원... '한덕수 카드'에 거는 기대감
이처럼 대다수 TK 의원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피하는 또 하나의 배경은 바로 '한덕수 카드'가 남아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경북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으며, 일부 의원들은 출마 촉구 움직임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4명의 후보로는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한덕수 총리의 출마를 염두에 두고 10여 명의 의원이 비공식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덕수 총리의 출마를 촉구하는 국민추대위원회의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지난 22일 한덕수 총리의 출마를 촉구한 21대 대통령국민추대위는 이날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현역 의원 50~60명과 접촉 중이며, 5월 초 추가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TK 정치권은 당장 눈앞의 경선 구도보다는, 본선에서의 승리 가능성과 당 전체의 방향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선 판세 가를 TK의 마지막 선택은...한 총리의 출마시점에 결판날 듯
오는 29일 결과가 발표된 국민의힘 3차 경선은 당원투표와 여론조사가 각각 50% 반영된다. 따라서 당원들의 경우 본선 경쟁력을 기준으로 전략적 투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당내 최대 조직력을 자랑하는 TK 정치권이 언제, 누구를 중심으로 움직일지에 따라 향후 경선 구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덕수 총리의 출마 여부가 명확해질 시점에서 TK 의원들의 침묵이 어떤 모양새로 깨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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