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학생인데요 아줌마.” 이 한마디가 불쏘시개였다. 러닝머신 위에서 뛰고 있던 고등학생 A군은 시끄럽다며 “아저씨”라 부른 40대 여성에게 정중히 정정해주었다. 그런데 돌아온 건 정정보도가 아니라 인신공격이었다. “못생겼다”, “여드름”, “60대 아저씨보다도 낫지 않다” , “남자라고 하지 마라” 고작 열여섯 학생은 그날 이후 거울도 제대로 못 본다.
여성은 “내가 아줌마냐”고 반문했다.
호칭 하나가 감정을 자극했다. 단어에 실리는 태도와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아줌마'는 “늙었다”, “촌스럽다”, “몰상식하다”는 낙인이 얹혀진 멸칭이됐다.
심리학자 이상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와 타인의 인식 사이에 괴리가 클 때 사람은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30~60대 여성 2008명을 대상으로 한 SM C&C 설문 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의 조사에 따르면 30대 여성의 64%, 40대의 60%가 ‘아줌마’라는 호칭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나는 아줌마가 아니라고 생각하므로”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아줌마란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표현이다. “남남 사이에서 나이 든 여자를 예사롭게 부르는 말.” 그러나 ‘예사롭게’라는 단어는 점점 예의 없게 쓰이게 됐다.
직장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재단과 직장갑질119가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의 절반 이상(55.9%)이 “아줌마 아가씨 같은 부적절한 호칭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비정규직 여성일 경우 그 비율은 60%를 넘는다.
명칭은 정체성을 규정한다. 한국야쿠르트가 ‘야쿠르트 아줌마’를 ‘프레시 매니저’로 바꾼 이유다. 대한항공이 ‘스튜어디스’를 없애고 ‘플라이트 어텐던트’로 통일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기업은 ‘Chairman’을 ‘Chair’로 고쳤다.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 소리를 줄여달라는 말에 “아줌마가 아니라니까요”라고 답하며 칼을 꺼낸 여성도 있었다. 실제로 세 명이 다쳤다.
구인 플랫폼 ‘알바천국’ 조사에 따르면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호칭은 “저기요”였다. 성별도, 나이도, 관계도 특정하지 않는다. 가장 무난하고 가장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과 배려의 언어 사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상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일상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호칭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가 요구된다"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언어의 힘을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사용할 때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보다 건강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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