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 대해 “중앙은행 총재로서 침묵할 수 없었다”며 시간이 옳고 그름을 평가해 줄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외교정책협회 시상식에서 ‘FPA 메달’을 받은 후 시상 소감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정치적 혼란을 지나오는 과정에서 중앙은행 총재로서 제가 할 발언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오해받을 우려에 대해 고민했다”며 “대통령 탄핵이 조기대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재정 정책에 대한 양당의 견해가 상반되는 가운데 재정 부양책에 대해 언급하면 정치적 편향으로 비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추경 편성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중앙은행은 정치 중립을 유지해야 하지만, 경제학자는 때로는 정치인만큼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며 “중앙은행 총재로서 침묵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 상황과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해 추경을 통해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를 잠재워야 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계엄사태 이후 내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고 있었다”면서 “연초 경제 성장률에 대한 시장 전망의 급격한 하락과 그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와 함께 어느 정도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또 “우선 추경안이 초당적으로 통과된다면, 한국의 경제 정책 만큼은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메시지를 국제 투자자들에게 줄 수 있어 국가 신용 등급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장으로서의 정책 방향 제시에 대해 시간이 평가해 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은의 비선출 권력이라는 특성에 힘입어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균형 잡히고 치우치지 않은 평가를 내리고, 객관적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다”며 “시간이 제 발언의 옳고 그름을 평가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그는 “IMF도 내일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상당폭 하향 조정할 것”이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수출 중심 구조를 가진 우리 경제는 대외환경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FPA메달은 국제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책임감 있는 국제적 지도력을 보여준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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