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불리는 요구불예금이 보름 새 42조원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의 합산 요구불예금은 607조301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650조1241억원 대비 42조8320억원 줄어든 규모로, 통상 한 달 새 5조~10조원 수준이 증감하는 것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의 이탈이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1%수준으로 저원가성 예금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요구불예금의 변동성이 커진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9일까지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약 37억달러, 한화 5조2528억원으로, 이는 3월 순매수액 41억달러의 약 90% 규모다.
국내 증시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5조5818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3월 개인투자자들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가 3조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순매수가 크게 늘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는 조기대선으로 정치테마주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테마주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아울러,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따라 예금과 적금 금리가 인하되면서 요구불예금의 이탈에 영향을 끼쳤다. 예·적금 금리 1%대 시대가 오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은행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의 12개월 만기 예금금리 상·하단은 2.15~2.73% 수준으로, 전월 취급 평귬 금리 2.61~2.94% 대비 상·하단이 각각 0.46%포인트, 0.21%포인트 떨어졌다. 1개월 초단기 정기예금 금리는 신한은행 ‘쏠편한정기예금’과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등이 1.80% 수준이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머니무브로 은행 대출 금리 상승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요구불예금으 큰 규모로 이탈하면 은행의 조달 비용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변동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이 같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최근 여러 부가혜택을 담은 파킹통장 신상품을 출시하는 등 고객 자금을 잡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이 이례적으로 크게 이탈하면서 은행 외 다른 투자처로 자금 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은 수신 경쟁보다 마진 관리가 더 중요한 시기로, 저원가성 예금 이탈을 다시 은행으로 가져올 방안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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