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등에서 시위를 이어가던 중 이틀 연속으로 강제퇴거 당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 추진 등을 요구하며 서울시와의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이다.
전장연 시위대는 23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종로구 혜화역 하행선 승강장에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전개했다.
이번 시위는 서울시에 권리중심일자리 최중증장애인노동자 400명에 대한 해고 철회와 서울대병원에 장애인 전담창구 마련 및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를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지하철을 타지 않고 역사 안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침묵시위’를 펼쳤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 측은 이를 불법 시위로 판단해 퇴거를 요청했다. 전장연이 이에 불응하자 8시 15분경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보안관 등 6명을 동원해 시위대 일원인 전장연 이형숙 상임공동대표를 역사 밖으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 측이 공동대표 등을 뒤따르려는 집회 인원을 제지했고 이로 인해 고성이 오갔으며 물리적 충돌도 일어났다.
대치를 이어가다가 오전 8시 26분경 나머지 참가자도 지하철 시위를 해산한 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방면으로 이동했다.
전날에도 전장연 시위대는 오전 8시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등에서 시위를 벌여 강제퇴거 당한 바 있다. 당시에도 서울교통공사공사 측은 ‘철도안전법’ 위반을 들어 퇴거를 요청했으나 전장연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측은 오전 8시 16분경 지하철보안관 등을 동원해 이들을 역 밖으로 끌어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1일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로 인한 열차 지연 손실 피해액은 2100만원이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관련 민원이 245건 접수됐으며 대응 과정에서 다친 직원도 나왔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관할 경찰서에 형사고발하고 손해배상·업무방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혜화역은 물론 경기도 오남역·선바위역에서 벌여진 시위에 대해서도 형사고발과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전장연은 지난 21일부터 장애인 권리 입법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다시 시작했다. 출근길 선전전은 지난해 4월 8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전장연은 지난 2021년 12월부터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등을 주장하며 서울 도심 시위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4월 20일 장애인권리입법을 기약하며 국회 인근에서의 선전전에만 매진했다.
탑승시위를 재개한 이유에 대해 전장연은 “1년 동안 지하철 승강장에서 누워서 장애인권리입법을 국회에 촉구하는 다이인(Die-in) 행동을 진행할 것을 지난해 4월 20일 선포한 바 있다”며 “그러나 장애인권리입법은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권리약탈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지만 여전히 장애인권리약탈자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며 차기 서울시장의 재집권을 노리고 있다”며 “오 시장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중증장애인 400명 노동자를 해고하고 탈시설 지원 조례를 폐지했다. 또 활동지원 추가 시간을 삭감하며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대한 탄압을 진행했다”며 오 시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지난 21일 선전전 현장에서 “(7대 장애인권리법안에 대한) 오 시장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에 따라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갈지 결정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놨다. 이날 전장연은 오전 11시경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각 정당에 정책 요구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하철 탑승 시위가 제지되긴 했지만 불씨는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전장연은 장애인 노동자 400명 해고 철회와 오 시장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일 ‘63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벌일 것이라고 알렸다.
일각에서는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장연은 820일 동안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이어왔는데, 이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도 지하철 선전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장연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이라며 “전장연을 가중처벌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전장연 방지법’을 추진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같은 날 개혁신당 이준석 대통령 후보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장연에) 정책 요구를 할 자유는 있지만 수십만명의 일상과 생계를 볼모로 잡을 권리는 없다”며 “대한민국에 본인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이 같은 분들이 ‘전장연은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돼냐'’고 하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전장연은 서울시가 특정 장애인 단체를 분리하고 탄압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전장연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다음 달 2일 지하철 선전전을 예고한 것은 사실이나 서울시와의 대화 진행 여부나 공약·정책 요구안에 대한 답변 등에 따라 계획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도 시민으로서 이동할 권리를 누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관련 투쟁을 계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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