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청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응원봉과 남태령은 변화의 상징이 됐다. 반대편에서도 청년 보수가 부상하고 있다. 청년은 미래의 주역이 아닌 현재를 이끄는 중심이다. 이 흐름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일시적인 반짝 이벤트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386세대 이후 다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 오고 있는 미래가 아닌 시작점에 도착한 미래라는 뜻으로 이 기획의 제목을 ‘청년이 왔다’로 삼은 이유다. 수면에 던진 돌이 넓은 원 모양의 파동을 일으키듯 지금의 기록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빛날 것이라 기대한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결국 파면됐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부터 123일간의 탄핵 정국이 한 단락을 마치게 됐다. 그동안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로 나뉘어 집회가 열렸고 그 중심에는 2030세대가 있었다.
대구경북지역은 그 기간에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통적인 보수정치의 텃밭답게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도 높다. 하지만 TK에서도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는 꾸준히 열렸다.
안동녹색당 허승규 공동운영위원장(36)도 경북 안동시에서 윤 전 대통령 퇴진에 힘을 보태왔다. 허 위원장은 녹색당 이름으로 연거푸 안동지역 지방선거에 도전하며 보수 일색의 지방정치를 바꾸려 노력해온 바 있다.
허 위원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안동시의회 마 선거구에서 득표율 16.5%, 4위를 기록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득표율 18%, 3위를 달성했다. 비록 2인 선거구여서 낙선했으나 보수 텃밭에서 녹색당 이름으로 거둔 이변이었다.
지역에서 거둔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24년 총선에서는 녹색당과 정의당이 힘을 합친 녹색정의당 소속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득표율 3%를 넘지 못해 또 낙선했다. 녹색정치를 꿈꾸는 청년정치인에게 현실정치의 벽은 높았다.
총선 이후에도 허 위원장은 여전히 경북 안동시에서 녹색정치의 길을 걷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2015년 다시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은 지 10년이 지났다. 그는 어떤 미래를 구상하고 있는지 얘기를 들어봤다.
Q. 경북지역 산불 피해가 심각했다. 안동 역시 산불 피해가 컸는데 지역 상황은 어떠한가.
정부 수립 이래 발생한 산불 중 가장 피해가 심한 국가적 재난이다. 많은 주민이 집과 농업 기반을 잃었다. 마을 전체가 사실상 전소된 곳도 있다.
일단 집이 전소된 상황에서 주거 보상이 쟁점인데 자연재난의 성격이 있는데도 사회재난으로 분류돼 주거 보상 비용이 낮게 나올까 봐 우려된다. 농민 중에서는 사과 과수원을 하는 경우, 불에 탄 사과나무를 다시 복구하려면 5년 정도 걸린다. 이들이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마을이 전소된 곳은 사실상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도 지원받을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지역 내 중소기업 피해는 지원 대상에 빠져있기도 하다. 정부와 국회 차원의 논의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관광업계나 소상공인의 피해가 커서 지역경제 자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안동을 찾는 손님들이 끊겨 2차 피해가 퍼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경북지역이 인구가 적고 지방이다 보니 잊히지 않을까 걱정된다. 특히 대선으로 인해 산불 문제가 소외될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산불 재난 극복 대선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수도권지역 시민들의 연대와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또, 오는 6월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여름휴가를 해외여행이 아닌 재난지역으로 가자는 대규모 캠페인 등의 활동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Q. 정부에서 산불 이재민을 대상으로 종합 지원대책을 마련한다면 어떤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는가.
주거 보상 비용을 현실화하고 농기계 등의 보상 단가가 너무 낮은 점도 고쳐야 한다. 산림 회복이나 자연 생태 회복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여름철 집중호수가 내리면 산사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재민 지원대책이 가장 시급하고 산림 정책과 여러 생태계 보호까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데 지금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 뛰어든 상황이다. 산불 재난 최대 피해 지역의 도지사로서 피해 복구에 집중해야 하는데 피해 주민으로서는 매우 유감스럽다.
지금은 도지사로서 정부와 여야를 만나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해도 모자랄 상황이다. 후보 출마가 산불 재난 극복에 보탬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산불 이슈를 끌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모든 분야에 있어 정부와 주민 간 소통 체계 확립이 중요할 것 같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소통 체계도 필요하고 행정과 주민 간 소통도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제 지역을 복구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행정이 중심이 되기보다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지역 공동체 회복을 보다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적지 않다. 경북에 살지 않더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산불 재난 극복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지역을 넘어서 많은 국민이 차기 대선 주자들에게 산불 재난 극복의 비전을 묻고 요구하는 일에 많이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산불 재난 극복이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수 있도록 대선 기간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경북지역은 낙동강과 관련한 환경 이슈도 주목받는 지역이다. 지역 내 환경 이슈 중에서 관심을 두고 바라보는 사안이 있는가.
석포제련소로 인한 환경오염과 주민들의 건강 피해가 잘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민간과 함께 석포제련소 폐쇄 이전 및 복구 로드맵을 마련해 실현해야 한다. 지금껏 해결되지 못한 이유가 주민들 생계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석포제련소가 떠난 뒤에 남은 주민들의 생계 대책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환경단체들도 그 부분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석포제련소를 폐쇄해도 해당 지역을 복구하는 데 수십년 이상이 걸리고 여러 작업을 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석포제련소를 폐쇄할 수 있는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Q.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4개월여 만의 일인데 그동안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안동 시국 행동에서 집회 사회를 보는 3인방 중 1명으로 활동했다. 지역이 보수적인 곳이었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서 탄핵 찬성 목소리를 드러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지역은 다들 아는 얼굴이다. 그래서 중앙정치에 대한 성향이 달라도 부딪히지 않는 면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랫동안 친분이 있는 사람이 인사를 안 받기도 했다. 그 사람에게 ‘저 역시 나라를 지키는 마음이고 보수가 살려면 대통령과 손을 끊어야 한다’며 지역 얘기를 하면서 잘 마무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안동지역에서도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모여 계속 활동을 했다. 지역 청년들도 지역 특성상 생각이 있어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수 있는데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이 있었다. ‘TK 콘크리트는 TK의 딸들이 부순다’라는 구호가 회자하기도 했는데 안동 시국행동에서도 많은 TK의 딸들이 역할을 했다.
경북지역은 청년들과 여성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더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지역사회의 공통된 과제라 할 수 있다. 저 역시 이들이 다양한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정치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대안적인 정치를 바란다면 지역에 거점을 다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정치를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생각이 달라도 얼굴을 아는 사이에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역으로 지역에 특정 정치세력만 우세하다면 다양한 목소리가 억압되는 면도 있다. 그래서 지역에 대안 정치가 자리를 잡아야 하고 드러내서 활동해야 한다. 그러면 그 활동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용기를 내 합류할 것이고 그렇게 지역의 정치적 다양성이 회복될 것이다.
Q. 보수적 분위기인 안동지역에서의 정치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는가.
청소년인 시절부터 정치가 변해야 내 삶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내가 자란 안동지역의 정치 독점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생태, 순환, 지속가능성 등의 내용을 배우며 녹색이라는 방향이 생겼다. 그래서 안동지역에서 녹색 정치를 하게 됐다.
어차피 녹색당 같은 대안 정치는 전국이 험지다. 오히려 안동은 오랫동안 일당독점 구조여서 변화와 혁신에 대한 열망이 적지 않은 곳이다. 정치는 결정론을 거부한다. 정치하는 주체의 활동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은 풀뿌리 단위도 인구가 너무 많다. 아무리 풀뿌리 활동을 해도 유권자들을 만나기 힘들고 조직이 안 된다. 그래서 수도권 유권자들을 중앙정치에 따라 정치적 판단을 하는 면이 강하다. 그래서 인구 규모가 작은 지방이 오히려 풀뿌리 정치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영국의 녹색당이 성과를 낸 곳들을 보면 작은 지역이 많다.
Q. 탄핵정국에서 청년세대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30세대가 적극적으로 나서가 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우선 지금 청년세대들이 받아온 교육과 문화에 비해 비상계엄은 너무 후진적인 조치였다. 비상계엄 자체가 너무 시대착오적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정치 구조가 청년세대에 친화적이지 않은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청년세대는 특히 정주성이 낮다. 부동산 소유자 중심의 지역구 소선거구제를 중심으로 한 지금의 정치제도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러다 보니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불만이 컸고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광장에 나온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새로운 사회, 미래 지향적인 청년을 위한 사회 개혁을 이루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번 탄핵정국에서 드러난 정치적 열망이 지속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권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Q. 사회대개혁에 대한 담론이 고조되고 있는데 청년을 위한 사회대개혁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보는가.
비수도권 지방 소도시에 사는 청년으로서 지역 청년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고 있다. 차기 정부의 과제를 꼽아보면 지방소멸 문제, 그리고 지역에서 청년들이 계속 살 수 있도록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기후위기도 미래세대가 더 타격을 입게 될 국가재난이기에 중요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기성 정치권이 대변하지 못한 다양한 시민들의 정치가 시작됐는데 이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에 관한 정치개혁이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현재의 헌법, 선거제도, 정치구조로는 시민들의 정치가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보다 다원화된 정치를 반영하고 협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정치개혁 과제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 개헌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만약 헌법을 개정한다면 기본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탄핵 이후 새로운 사회에서는 소외됐던 다양한 정치의 영역을 불러내는 것이 중요하고 개헌 논의와도 연계돼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개헌을 한다면 이동권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본다. 지역별로 교통 서비스 격차가 매우 크지 않나. 지역의 교통 약자인 청소년과 청년을 고려해야 한다. 또, 기후위기 시대에 공공교통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헌법에 이동권이 빠져 있다.
Q. 이번 탄핵정국을 계기로 청년정치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과연 이후에는 청년정치가 기대에 걸맞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는가. 그리고 청년정치가 성장하려면 어떤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고 보는가.
일단 청년이 정치에 참여하기 쉬운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우선 청소년 정치교육부터 정치 혐오를 넘어설 수 있는 일상적인 교육이 자리 잡아야 한다. 그리고 정당에서의 청년정치인 육성 기능을 강화해야 하고 그다음에는 고비용 정치를 깨야 한다. 지금은 쉽게 말해서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이 아니면 정치를 하기 힘들다.
일상적인 정치 참여가 확대되려면 노동시간 단축 등 청년들의 기본적인 사회경제적 환경이 안정돼야 한다. 그리고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대선거구제 등의 제도가 확산해야겠다. 2인 당선 선거구는 오히려 양당정치를 고착화하는 면이 있어서 3인 이상 당선되는 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고 본다.
결선투표제도 꼭 필요하다. 그래야 극우와 보수가 분리될 수 있다. 결선투표제 없이는 양극화된 정치가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Q.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2번 후보로 선거에 참여했지만 낙선했다. 지난 총선 때의 활동을 돌아보면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기후위기 시대에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녹색정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녹색정치 세력화는 미비하다. 여기에는 한국 사회의 녹색정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녹색당의 책임도 있다.
제도권에서 녹색정치를 구현할 힘 있는 정당이 부재한 상황인데 기후정치, 녹색정치의 필요성은 높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지난 총선을 계기로 녹색정치 세력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를 처절하게 반성하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총선의 실패를 딛고 지역과 부문이라는 두 영역에서 지지기반과 조직기반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
녹색과 기후를 중심으로 하는 정당과 시민사회가 동맹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연대를 넘어 동맹이 돼 녹색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연결돼 선거를 같이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녹색정치는 녹색당뿐 아니라 여러 정당과 정당 바깥의 시민사회로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다음에는 이를 모아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를 혁신하고 녹색정치와 풀뿌리운동을 통해 자강을 해야 한다. 정당은 우리 내부가 얼마나 그 가치에 부합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지지자들이 원하는 세상으로 바꾸는데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지지자들에게 ‘효능감’을 줘야 한다.
Q. 지역의 청년정치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녹색정치가 있어야 할 자리가 바로 산불 재난이라고 생각한다. 녹색정치는 연결성을 강조하는 정치다. 이번 산불 재난으로 자연뿐 아니라 농업 현장이 파괴되고 주민들의 주거가 소멸하고 마을과 주민 공동체가 사라지고 지역사회의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이 산불 재난 회복을 위해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살리고 주민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녹색정치가 있어야 할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역녹색당에서도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외부로도 계속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이번 산불 재난 회복은 십수년이 걸릴 문제이기에 장기적으로 녹색정책의 거점을 안동지역에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서 길게 보고 기후위기 시대에 녹색정치 재건의 길에 함께 하려고 한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