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병원은 공시의무 없어
외부감사로 리베이트 막아야
의료기관 맞춤 평가기준 필요
세계적으로 ESG경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ESG경영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환경경영 ▲사회적 책임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뜻합니다. 국제기구와 미국‧유럽 등에서는 ESG경영 관련 제도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은 보고서 제출 의무대상도 아닐뿐더러 명확한 ESG경영기준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총 네 차례에 걸쳐 의료기관의 ESG 도입 필요성을 조명합니다. 세 번째 순서는 ‘G(투명의사결정체계)’입니다. <편집자 주>
■목차
①진입장벽 가장 낮은 ’G‘항목…재무공시 의무화, 투명경영 첫걸음
②좌담
ESG 바람이 의료계에도 불기 시작했다. 2020년 서울대치과병원이 의료기관 최초로 ESG경영을 발표했으며 2021년에는 상급종합병원 최초로 서울아산병원이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이후 고려대의료원, 삼성서울병원, 부천세종병원 등 각 병원에서 순차적으로 ESG위원회 설립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구상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ESG 중 의료기관의 진입장벽이 사실상 가장 낮은 분야가 ‘G(투명의사결정체계)’라고 설명한다. E(환경)의 경우 환경법, 건축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하며 S(사회)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G의 핵심인 투명경영은 이미 오랜 시간 연구됐고 여러 기업에서 그 성과를 입증했다.
실제로 G에는 ▲투명경영 ▲준법경영 ▲윤리경영 등이 포함된다. 단 이는 영리기업 기준이다 보니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에 도입하려면 새로운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투명경영의 기본, 재무공시 의무화
의료기관의 ESG 도입이 어려운 이유는 명확하다. 정량적 산출이 어렵고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 또 비영리기관이다 보니 자본시장법에 의거한 공시의무가 없다. 재무공시 의무화는 투명경영의 기본전제다. 미국의 경우 비영리·영리·공공병원 등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의료기관이 재무공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료법 제38조의2에 따라 일정규모 이상 병원(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등)만 재무정보를 복지부에 보고하고 공시한다. 의원, 개인병원, 소규모병원은 공시의무가 없어 의료기관의 90%가 재무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또 공시내용은 주로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등에 국한돼 실제 의료기관의 자산운영실태나 수익(비급여수입)을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의료기관에 적합한 맞춤형 지표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 회계는 영리기업 수준으로 해야 하며 외부감사를 통해 리베이트 등 부패방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화진 교수(전 서울아산병원 ESG위원)는 “투명경영을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원 역시 다양화해야 한다”며 “이사회 운영에는 준법경영이 포함되고 회계와 법률이 중추적 역할을 하는 만큼 여성사외이사 선임 등 다양성 확대를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 경영진은 ESG 이념을 최적으로 구현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 달성에 필수적인 재원과 기금 마련, 효율적인 관리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인증평가 도입으로 활성화 해야
문제는 국내 의료기관 설립형태가 정부, 대학, 종교재단, 민간, 개인 등으로 다양한 데다 조직구조가 다르다는 것. 가톨릭대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김광점 교수는 “의료기관 맞춤형 평가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진 G의 영역은 ‘잘한다, 못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G기준을 강제하면 형식적 문서에 그치거나 민간병원의 경우 의료기관인증 탈락 시 경영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일괄적인 잣대보다는 맞춤형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국내 의료기관은 재무공시, 외부감사, 윤리경영 규정 등이 체계화되지 않은 데다 G항목에 필요한 최소요건인 내부통제시스템, 윤리위원회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의료기관평가인증원(KOIHA)은 병원 평가인증항목에 ‘ESG’를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24년부터 일부병원에 ESG인증요소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단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인증제도는 지금도 높은 인증기준과 비용, 인센티브 부족 등으로 중소병원 참여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오태윤 원장은 “정부 역시 ESG평가지표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병원계가 시행 중인 ESG경영을 분석해 인증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으며 실현 가능지표를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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