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나누고 떠난 배우 주선옥의 시와 희곡 '꼭 안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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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나누고 떠난 배우 주선옥의 시와 희곡 '꼭 안아주기'

연합뉴스 2025-04-23 15:57: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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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안아주기' 책 표지 이미지 '꼭 안아주기' 책 표지 이미지

[청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기울어지는 것들에는 / 이유가 있다 / 합창을 한 뒤 // 낮잠을 자거나 / 하품을 하거나 / 옆집 창문에 귀를 기울이는 // "그애가 온대요" / 꼭 안아주기"(시 '구름 놀이'에서)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연극배우 주선옥(1986∼2024)의 1주기를 맞아 고인이 남긴 시와 희곡을 묶은 '꼭 안아주기'(청어)가 출판됐다.

주선옥과 가까이 지내던 극작가 겸 배우 김선율이 고인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시, 희곡, 가사, 메모 등 1천개 넘는 글을 발견했고, 이 글들을 김행숙·남지은·이설빈 세 명의 시인이 편집했다.

수록된 시들에는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나누고 떠난 주선옥의 따뜻한 성품이 묻어난다. 아울러 시인으로서 사물과 세상을 대하는 남다른 관찰력이 돋보인다.

"모두 타들어간 중심에 / 검은 심지가 남아 있었다 // 초가 녹고 / 촛농이 되고 / 초가 굳고 / 다시 탈 준비가 되면 // 닿을 수 없는 것에 닿으려고 / 잊을 수 없는 것을 잊으려고 /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려고 // 모두 타버리고 나만 남아도 / 슬프지 않을 것 같아"(시 '심지'에서)

책의 뒷부분에 실린 주선옥의 희곡 '숨-여기에서 가장 먼 곳'은 악기 수리점을 배경으로 이곳의 '주인'과 '손님' 두 인물이 등장하는 2인극이다. 루게릭병을 앓으며 차츰 몸의 감각을 잃어가는 주인과 시각장애인인 손님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희곡은 잠깐 틈을 두도록 하는 지시어인 "사이"가 자주 등장해 인물의 심경을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냈다.

이에 대해 주선옥은 희곡 앞부분에 기록한 '전하는 말'에서 "침묵과 사이, 그리고 정적이 가지는 말의 뜻이 살아나는 공연이 되기를"이라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주선옥은 강남대 재학 시절 시 창작 모임 '시나락'에서 시를 쓰기 시작했고 이후 꾸준히 시, 희곡, 가사 등을 썼다.

희곡 '다락-굽은 얼굴'은 제8회 무죽페스티벌 작품상을, 희곡 '소년소녀 모험백서'는 제8회 청소년을 위한 공연예술축제에서 청소년이 뽑은 최고 작품상을 받았다.

강남대 시절 주선옥의 은사인 김행숙 시인은 이 책의 머리글('들어가며')에 "내가 가장 잘 아는 선옥은 시를 쓰는 사람"이라며 "시와 희곡과 노랫말을 쓰고,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이 세계에 온몸으로 참여하고 질문을 던지고 사랑했다"고 썼다.

주선옥은 작년 4월 4일 연극 연습 중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세상을 떠났다. 심장과 폐, 간장과 좌우 신장, 안구 등을 기증했다.

160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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