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식품기업들이 ‘역대급 실적’ 릴레이에도 1분기 내내 가격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연이은 실적 상승세에도 원재료 수급 문제, 고환율 등을 원인으로 꼽으며 인상을 단행하자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수도권 내 420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37개 품목 중 22개 제품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인상률이 10% 이상인 제품은 6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제품은 맛김이다. 풀무원의 ‘들기름을 섞어 바삭바삭 고소하게 구워낸 파래김’은 20.9% 상승해 평균치인 20.4%보다 높게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동원F&B ‘양반 좋은 원초에 그윽하고 향긋한 들기름김&올리브김’ 역시 19.8% 상승했다.
지난달 물김 작황 호조로 산지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2% 하락했으나 마른김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샘표의 양조간장 501도 12.3% 인상됐다. 샘표는 지난해 6월에도 전반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반면 간장의 주 원재료인 밀가루, 소금 등 가격이 하락세를 보여 업계에서는 추후 가격 인하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표 커피 믹스 제품인 동서의 ‘맥심 모카골드 믹스’도 10% 상승률을 보였다. 이외에도 커피믹스 전반적인 가격이 지난 분기 대비 5.8% 올랐다. 커피의 경우 해외 원두가격 역시 지속 상승하고 있어 당분간 가격 인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자사 맛김 제품 가격을 20.4% 인상하며 가장 높은 비율로 가격을 올린 풀무원은 지난해 영업이익 921억원을 달성해 전년대비 48.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풀무원 측은 식품서비스부문 성장과 이익확대, 해외사업 성장에 따른 손익 개선으로 상승 요인을 분석했다.
동서식품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 1775억70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2% 오른 수치를 기록했다. 동서식품 측은 커피믹스 매출 확대가 영업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이 같은 수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오히려 제품 가격 인상이 이끈 효과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가공식품과 함께 프랜차이즈 식품도 인상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매출 5201억원, 영업이익 327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8.3%% 25.2% 증가했음에도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가격을 3만7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올리고, 레귤러 사이즈 커피 제품 23종 가격은 200원씩 인상했다.
KFC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469.1% 증가한 164억원을 기록했으나 일부 메뉴 가격을 최대 300원까지 올린 바 있다.
이같은 인상 흐름은 조사 결과 올해가 아닌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움직임이 있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소비자물가감시센터 측은 작년부터 이어진 가격 인상 흐름이 올헤도 이어지며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원재료 함량치를 조정하고 제품 리뉴얼을 단행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대표적으로 미닛메이드 제품이 지난 2023년 12월과 지난해 12월 두차례 제품명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1년 단위로 제품 리뉴얼을 결정한 미닛메이드 측은 2023년 12월 ‘미닛메이드 오라지널’의 에센셜 버전을 출시해 과즙 함량을 82%에서 51%로 감소했다. 이후 지난해 12월에 에센셜 제품을 시그니처로 리뉴얼하며 함량도 30%까지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제품 제조사 코카-콜라사는 이상 기후와 원재료 수급이 불안정해 함량을 줄이고 리뉴얼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패키징 디자인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불가피한 인상 요인도 소비자에게 설명이 부족해 아쉬운 부분”이라며 “합리적인 수준의 인상으로 기업의 책임있는 자세와 정부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