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의 한 측근 말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가회동으로 이사할 때다. 서둘러 하루만에 이사를 하다보니 마지막 날 도배를 못했다. 김윤규 사장은 직원들에게 저녁을 먹인 뒤 밤새 도배를 하도록 감독했다. 그는 이날 밤 야전침대 를 갖다 놓고 그 곳에서 잠을 잤다.”
또 김윤규 사장은 명예회장의 말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임직원들에게 통역을 해 주는 역할도 했다. 명예회장이 중얼거리듯 말을 하면 그는 “명예회장님, 이런 말씀이시죠”라고 스스로 해석한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 명예회장은 고개를 끄덕여 그 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이날 점심 식사는 내내 싸늘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김윤규 사장은 이런 침체된 식사 분위기를 띄워보려 날씨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식사 시간 동안 침묵만이 흘렀다고 한다.
정몽구 회장의 한 측근 말이다.
“몽구 회장은 전날 발표된 내용에 대해 아버지의 진심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가회동 집을 찾았다. 그는 아버지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분이다. 어제 기자회견 내용이 모두 명예회장의 뜻이라면 분명히 수용할 것이다. 그러나 몽구 회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명예회장의 자택 관리인 말이다.
“명예회장 3부자와 김윤규 사장의 점심식사는 채 15분도 안 걸렸다. 식사 분위기는 매우 어색하고 무거웠다. 몽구 회장은 전날 ‘현대그룹 회장직 해고’ 통보를 받아서 그런지 머리를 숙인 채 굳은 표정이었 다. 식사 중 몽헌 회장과 몽구 회장도 서로 말을 건네지 않았다.”
김윤규 사장은 당시의 식사 분위기를 한마디로 전했다.
“선수들끼리 무슨 할말이 있었겠냐.”
오전 11시 15분.
짧은 점심 식사가 끝났다. 몽구 회장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동생인 몽헌 회장에게 말을 건넸다.
“내일모레(3월 27일) 열리는 ‘현대경영자협의회’에 나도 나간다. 그리 알아라. 할말이 있다.”
몽헌 회장은 움찔했다. 그는 형과 이미 끝난 싸움인 줄 알았 다. 그러나 몽구 회장의 이 말은 강력한 반발의 뜻이 담겨있었 다. 몽구 회장은 현관문을 나서며 명예회장 자택 관리인에게 짧 게 말했다.
“아버님을 잘 모셔드려요.”
[나는박수받을줄알았다88]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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